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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영혼을 빚고: 에밀리 디킨슨 시선집
에밀리 디킨슨 지음/ 유정화 옮김
한울 / 2024-06-25 발행 / 변형국판 / 반양장 / 136면 / 11,000원
ISBN 978-89-460-8314-1 03840
분야 : 문예·대중물, 문학연구·언어학, 교양도서
총서 : 한울세계시인선 (3)
 
  ● 자유로운 영혼의 시인,
○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원문과 함께 읽는다

우리 삶과 맞닿아 있는 시에는 삶에 대한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한울세계시인선은 삶에 대한 고유의 목소리를 가진 시인들의 작품을 우리말로 아름답게 번역하여 원문과 함께 실었다. 그 세 번째로 자유로운 영혼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선집을 출간한다.
디킨슨의 시에는 통사적 구조를 따르지 않은 비문이 많고, 접속어가 없으며, 문장부호가 매우 드물다. 디킨슨의 시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대시(-)는 때로는 쉼표요, 마침표이며 생략된 접속사요, 생략된 시어다. 독자는 그녀의 시를 읽으면서 대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독자적으로 결정하며 읽어내야 한다. 대시는 또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리듬의 흐름을 방해하면서 새롭고 낯선 리듬을 생성한다. 독자가 대시 앞에서 잠시의 머뭇거림을 경험하며 스스로 의미를 생산할 수도 있어 시는 깊이를 얻게 된다.
더불어 수수께끼 같고 모호한 구절들, 연과 연의 분리를 모호하게 만드는 문장부호의 부재 등은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며, 독자를 제2의 시인으로 초청한다.

● 고통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독특한 형식 속에 담아낸 시인, 에밀리 디킨슨

디킨슨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고통에 대한 감각이 남달리 예민했던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디킨슨은 감각적 경험의 진정성을 추구한 시인이었고, 그래서 감각적 경험을 더욱 첨예하게 강화시키는 고뇌와 고통을 사랑했다. 시행의 중간에 대문자를 쓰고 대시(-)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등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그녀만의 독특한 시 형식 속에 고통에 천착함으로써 삶을 새롭게 바라보려는 시인의 시선이 드러난다. 죽음의 필연성과 동시에 죽음 너머의 불확실성에 대한 호기심도 디킨슨 시의 특징 중 하나다. 종종 기독교적 관념에 도전하는 전복적인 상상력은 죽음의 신비를 초월적 영역이 아닌 인간의 감각적 경험의 세계인 이 땅의 것으로 풀어내는 독특한 시각을 제시한다.

산다는 건 고통인가
애를 써야 살아지는가
선택이란 걸 할 수 있다 해도
죽음을 선택하지는 않는 것일까

오랜 세월 고통을 인내하고
이내 미소를 되찾은 사람들이 있음을 알아
그 미소는 기름이 다한
등잔불처럼 희미해

세월이란
일찍이 저들을 아프게 한 상처에
수천 겹 상처를 덧쌓는 것일진대
그 세월이 흐른들 치유의 향유가 될 수 있을까
- 「마주치는 모든 슬픔을 가늠해 본다네」 중에서

● 풍부한 상상력과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 에밀리 디킨슨의 대표 시를 만나다

디킨슨은 간결하고 수수께끼 같은 언어로 복잡한 감정과 개념의 가장 본질적인 진수를 증류해 낸다. 디킨슨은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언어와 형식, 그리고 전복적 상상력으로 19세기 시의 전통적인 관념에 저항하고 창의성의 문을 열어 현대시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나를 산문 안에 가두어 버렸어요,
어린아이였던 나를
조용히 시키려
벽장에 가두었듯이

조용히라니! 분주히 돌아가던 내 머릿속을
그들이 들여다보았더라면
차라리 반역의 죄를 물어
새를 새장에 가둬놓는 것이 더 나았을 거야

의지만 있으면 새는
하늘의 별처럼 수월하게
지상의 속박을 벗어나
웃겠지, 나도 그쯤은 할 수 있어
- 「그들은 나를 산문 안에 가두어 버렸어요」 전문

● 시간을 뛰어넘어 언제까지나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시

한울세계시인선은 국내의 유수한 번역자들과 함께 뛰어난 시인들의 대표 시들을 번역·소개하고자 기획되었다. 2024년 6월 1차 출간으로 여덟 권의 시선집을 세상에 내놓는다. 시에는 저마다의 목소리가 있다. 한울세계시인선은 시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쉬운 언어로 담아내기 위해 번역에 힘썼다. 책의 말미에 옮긴이가 쓴 해설은 이해를 풍부하게 할 것이다. 이번 1차 출간에 이어서 2025년에도 10여 권의 시집이 발간될 예정이다. 윌리엄 블레이크, 샤를 보들레르 등 대중성 있는 시인들의 시선집에 이어 2차 출간 역시 헤르만 헤세, 괴테 등 시간을 뛰어넘어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시 세계가 담긴 시선집을 선보일 예정이다.

○ 한울세계시인선 1차 출간 목록
01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윌리엄 블레이크 시선집)
02 여행에의 초대(샤를 보들레르 시선집)
03 고독은 영혼을 빚고(에밀리 디킨슨 시선집)
04 칼라하리 사금파리에 새긴 자유의 꿈이여(다이아나 퍼러스 시선집)
05 잊었던 맘(김소월 시선집)
06 너무 빛나서 지속될 수 없는 꿈(에드거 앨런 포 시선집)
07 한때 내 안에서 여름이 노래했었고(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시선집)
08 어떻게 우리가 춤과 춤꾼을 구별할 수 있겠는가(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시선집)
 
  성공은 가장 달콤한 것
환희란
시인이 가을만 노래하는 건 아니야
벌이 웅얼거리는 소리는
상처 입은 사슴이 가장 높이 뛰어오르는 법
천천히 오시오, 낙원이여!
빚은 바 없는 술을 맛보네
거칠고 거친 밤!
희망은 깃털이 있다네
베일 듯 비스듬히 기운 빛 한 줄기 있어
나는 머리로 장례를 치뤘네
나는 무명인이오! 당신은 누구요?
영혼은 자신의 친구를 엄선하고는
잿빛 채로 쳐
새 한 마리 산책로에 내려와
그분이 계심을 나는 알아
커다란 고통이 지나고 나면 감정은 무뎌져
첫날의 밤은 오고야 말았네
심한 광기는 가장 신성한 이성
이는 세상에 부치는 나의 편지라오
나는 아름다움을 위해 죽었소
나 죽을 때 파리가 윙윙거리는 소리를 들었지
두 마리의 나비가 정오에 나가더니
마음은 먼저 즐거움을 청한다네
마주치는 모든 슬픔을 가늠해 본다네
그들은 나를 산문 안에 가두어 버렸어요
선생님, 당신은 나에게 두 가지 유산을 남겼어요
저는 가능성의 집에 살아요
시간이 지나면 누그러진다고들 말하지요
내가 죽음을 찾아갈 수는 없었기에
변한다고요! 산이 변한다면요
내 인생은 장전된 총
고독은 감히 깊이를 잴 수 없는 것
사라지며 더 아름다워지네
가느다란 녀석이 풀숲에
집 안을 부산스레 정리하는 건
당신을 데려가도 되겠소?
철사를 엮어 만든 빗자루마냥
책만 한 쾌속선은 없으리
큰 슬픔이 그렇듯 어느새인가
희망은 미묘한 탐식가
그때 죽은 사람들은
명성이란 상하기 쉬운 음식
명성은 한 마리 벌인 것을
사랑이 전부라는 것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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