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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시대 경제학: 인간의 경제를 향한 인류학적 상상력
한울모던클래식스 002 / 마셜 살린스 지음 / 박충환 옮김
한울아카데미 / 2023-11-30 발행 / 신국판 / 양장 / 464면 / 42,000원
ISBN 978-89-460-8280-9 93300
분야 : 경제·경영, 사회학
 
  진정한 풍요로움과 인간을 위한 경제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적 고찰

20세기 중후반에 사회과학적 인식에서 한 획을 그은 저작을 엄선한 한울모던클래식스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인류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세계적인 석학 마셜 살린스의 1972년 저작이다. 『석기시대 경제학』은 우리나라에서 2014년 출간된 바 있는데, 이번 신판은 최근 영국 루틀리지출판사에서 루틀리지 클래식스 에디션으로 저자 서문 및 비평가 서문을 추가하여 재출간한 판본을 한국어로 출간한 것이다.
마셜 살린스는 이 책을 통해 수렵채집 경제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노동만 해야 하는 생계경제를 대표한다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제학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수렵채집 사회야말로 원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였음을 증명하고 본래의 모습을 복원하려 한다. 샬린스는 이 책에서 인간을 보조하는 수단이었던 도구가 되레 인간을 지배하게 된 오늘날의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살린스에 따르면, 지금은 노동자의 노동이 기계의 공정을 보충하게 되었고, 인간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던 화폐가 기괴한 자기 증식을 통해 상품으로 매매되고 있으며,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금융자본이 실물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전 지구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신고전파 경제학을 인류학적으로 비판하는 것이다. 이 책은 결핍에서 출발해 상실로 끝나는 소비가 실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비록 50여 년 전에 출간되었지만, 모든 명저가 그러하듯 이 책의 비판은 지금도 유효하다. 살린스의 비판을 현재의 맥락으로 호출하면, 이 책은 당대 금융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그 모순을 떠받치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신화를 폭로할 수 있을 것이며 인간 중심적인 경제 철학과 대안적인 세계관을 모색하는 데 의미심장한 지적 토대가 될 것이다.


진보라는 관념 뒤에 드리운 신고전파 경제학의 부르주아 이데올로기 폭로

사람들은 흔히 수렵채집민의 삶이 고달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삶은 최소한의 여가도 없이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구석기시대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수렵채집민의 삶은 정말로 그토록 음울했을까?
이 책의 저자 마셜 살린스에 따르면 그렇지 않았다. 수렵채집민은 현대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풍요로웠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현대인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다고 그는 주장한다. 사람은 더 많이 생산함으로써 풍요로워질 수도 있고, 덜 원함으로써 풍요로워질 수도 있다. 전자가 시장경제에서 이야기하는 풍요로움에 가깝다면, 후자는 수렵채집민의 삶에서 나타나는 풍요로움에 가깝다. 수렵채집민은 주변에 널려 있는 것만으로도 식량을 얻거나 도구를 만들 수 있었다. 따라서 잉여나 여분을 가지는 일은 귀찮은 행위였다.
이 책은 수렵채집 경제를 기아와 노동에 시달리는 구석기적 생산양식으로 분류하면서 신석기 혁명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낸 신고전파 주류 경제학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를 폭로한다. 살린스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진화와 진보라는 관념이 원시 사회의 경제에 대해 엄청난 오해를 초래했고, 이것이 현대인의 경제적 상식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현대 자본주의 체제와 성장주의적 경제관을 정당화하는 중대한 이데올로기로 작용해 왔다고 주장한다. 또한 생산과 소비의 기본 단위로 작동하는 가족제 생산양식과 수렵채집민들의 경제관계를 입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주류 경제학의 형식론적 관점과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원리가 그들의 생산양식에 내재했음을 보여준다.


도구가 인간을 지배하게 된 오늘날, 인간 중심의 경제 철학 모색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얻을 수 없는 사회, 만인이 만인에 대해 투쟁하는 사회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주류 경제학이 ‘합리주의’, ‘진화’, ‘진보’라는 이름으로 드리운 장막은 여전히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셜 살린스는 주류 경제학에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한다. 원시사회의 경제는 정말로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이었을까? 그렇게 말하기에는 무분별한 경제개발이 초래하는 환경 파괴와 인간성 말살이라는 대가가 너무 크지 않은가? 오히려 단순사회의 경제야말로 진정한 합리성과 효율성을 지닌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주류 경제학은 전체적인 생산성을 어떻게 증대시킬 것인가, 필수품의 효율적인 배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19세기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급증하는 생산성과 급감하는 노동수요라는 조건하에서 지구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삶의 수단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라고 이 책은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를 되돌아보고 모든 것을 완전히 새롭게 상상해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도전과 과제에 매우 부합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인류학이 아닌 인류학적 경제학이라고 일침을 가했던 살린스는 2021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이 책은 현재 한국 사회를 넘어 전 세계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빈곤, 불평등, 폭력과 전쟁, 환경문제의 극복을 고민하는 광범위한 독자들에게 풍부한 실증적 자료와 중대한 지적 비전을 제공해 줄 것이다.
 
  제1장 원초적 풍요사회
제2장 가족제 생산양식: 저생산의 구조
제3장 가족제 생산양식: 생산의 강화
제4장 선물의 영(靈)
제5장 원시교환의 사회학
제6장 교환가치와 원시교역의 외교수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