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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30가지 신화를 벗기다
(원제) 30 Great Myths about Shakespeare
로리 맥과이어, 에마 스미스 지음/ 강문순, 박종성, 유정화, 윤교찬, 이봉지, 이혜원, 조애리, 최인환, 한애경 옮김
한울아카데미 / 2016-04-22 발행 / 신국판 / 반양장 / 368면 / 23,000원
ISBN 978-89-460-5890-3 03840
분야 : 역사학, 문예·대중물, 문학연구·언어학, 교양도서
 
  ▶ 신화라는 이름

신화(神話)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인다. ‘단군 신화’나 ‘그리스 신화’처럼 글자 그대로 신(神)들의 이야기(話)를 가리킬 수도 있고, ‘월드컵 4강 신화’, ‘애플의 성공 신화’같이 ‘성공담’을 지칭할 수도 있다. 이 단어는 또한 약간 다른 뉘앙스를 담아 사용할 수도 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등재된 신화(myth)의 뜻을 보자.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진실을 과장하거나 이상화시키는 널리 퍼진 생각들. _ 11쪽

이 책의 저자 로리 맥과이어와 에마 스미스는 정확히 이런 의미에서 셰익스피어에 관한 일련의 소문에 ‘신화’라는 이름을 붙인다. 즉,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의 진실을 과장하거나 이상화하는 이야기들이 바로 ‘셰익스피어의 신화’라는 것이다. 이 신화들의 성격은 다양하다. 어떤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어떤 것은 놀라운 진실이며, 또 어떤 것은 부분적으로만 진실이다. 여기에 자료의 부족으로 인해 ‘검증 불가’ 판정을 받은 신화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모든 루머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 안에 사람들의 믿음과 바람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화의 정체를 파헤치고자 한다면 일단 그 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신화의 검증

셰익스피어에 대한 신화는 무궁무진하다. 그와 관련된 책, 논문, 기록, 공연 등등 여러 자료를 연구한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로리 맥과이어 교수와 에마 스미스 교수는 여러 신화들 가운데 특히 대중적인 신화 30개를 선별해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30가지 신화를 벗기다』를 펴냈다. 이 책에서는 “『햄릿』의 주인공 이름은 셰익스피어의 죽은 아들 ‘햄닛’에서 따온 것이다” 같은 극작가의 개인사적인 신화에서부터 “셰익스피어는 표절을 했다”나 “『맥베스』를 공연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같이 작품과 관련된 신화, “셰익스피어는 당대에 가장 인기 있는 극작가였다”, “엘리자베스 1세는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좋아했다”처럼 당대의 사회에 관한 신화에 이르는 다양한 소문들을 살펴본다. 저자들은 이 신화들에 어떻게 접근했을까? 이 중 한 가지 신화를 들어 살펴보자.
<셰익스피어 인 러브>라는 영화에서 주디 덴치가 연기한 엘리자베스 1세는 몰래 극장에 들어가 셰익스피어와 그의 연인이 연기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녀는 ‘여자는 연극을 할 수 없다’는 당시의 법을 어기고 여자를 무대에 올린 셰익스피어가 체포당할 위기에 처하자 그를 보호해준다. 그런데 셰익스피어를 비호하는 엘리자베스 1세의 이미지는 이 영화만의 오리지널이 아니다. 18세기에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는 여왕이 극작가에게 찬사를 보내는 내용의 편지를 위조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그 덕에 역사에 길이 남을 사기꾼이 되었다. 저 두 사람이 우호적인 인연을 맺었다는 믿음이 없었다면 이런 사기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 신화에 의문을 제기한다. 셰익스피어의 체임벌린 극단(Lord Chamberlain’s Men)이 궁정에서 공연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셰익스피어가 받았던 대우나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에서 직간접적으로 표현되는 엘리자베스 1세의 모습으로 추정하건대 두 사람은 데면데면한 관계였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오히려 여왕의 뒤를 이어 즉위한 제임스 1세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맥베스』에서 의로운 인물로 묘사되는 뱅코우는 새 왕의 가문인 스튜어트 왕조의 선조로 설정되어 있다. 또한 제임스 1세의 치세 때 체임벌린 극단이 왕실 극단(The King’s Men)으로 개명되었다는 사실은 그들에 대한 왕의 총애를 짐작케 한다.
그렇다면 왜 제임스 1세와 셰익스피어의 관계를 묘사하는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을까? 왜 후세의 사람들은 셰익스피어에게 보내는 제임스 1세의 편지를 위조하지 않았을까? 저자들의 대답은 이렇다.

제임스 1세는 엘리자베스 1세처럼 신화적인 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1세의 치세는 애국적인 처녀 여왕의 황금시대라는 신화적인 후광에 싸여 있다. 이에 반해 제임스 1세의 궁정은 왕과 남성 총신들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비롯한 성적·정치적 추문으로 가득 찬 단정치 못한 이미지로 얼룩져 있다. _ 300쪽

사람들은 셰익스피어를 비루한 왕과 엮고 싶어 하지 않았다. 신화적인 예술가와 어울리는 것은 마찬가지로 신화적인 왕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바람은 여왕의 편지를 조작하거나 고증을 무시하는 영화를 찍도록 만들었다. 그들은 지극히 감상적인 이유에서 동시대를 살았던 두 위대한 인물에 대한 신화를 만들었고, 그 신화를 사랑했다. 여기에서 역사적 근거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신화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기원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믿음이기 때문이다.


▶ 신화의 효용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가장 충격적인 신화는 아마도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라 알려진 희곡들의 실제 저자는 사실 셰익스피어가 아니다’일 것이다. 이 신화를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기껏해야 지방의 문법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상인의 아들 셰익스피어가 그의 희곡에 나올 법한 우아한 궁정 말투나 정치적·철학적 갈등에 대해 알았을 리 없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그의 작품은 훨씬 더 고결한 신분의 사람이 쓴 것이다. 두 번째는 현존하는 역사적 기록을 보건대 셰익스피어는 도저히 고상한 품격을 갖춘 인물이라고 볼 수 없으며, 그런 사람이 고결한 가치를 위해 고뇌하는 영웅들의 비극을 썼을 리 없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학식과 인품을 갖춘 어느 품위 있는 귀족이나 지식인이 셰익스피어라는 가명을 내세워 작품을 썼을 거라고 추측한다.
이에 대한 저자들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주장은 문학적 능력을 사회적 신분이나 출신 성분과 연결 지으려는 편견이 깃들어 있다. 사실 셰익스피어가 받았던 문법학교의 교육은 훌륭한 수준이었고 극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날카로운 관찰력은 작품의 리얼리티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두 번째 주장은 작가의 삶과 가치관, 품성이 작품에 직결된다는 편견이 내재되어 있다. 비록 논란이 있을지언정 특정한 결과물과 그것의 생산자는 별개의 존재라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 두 번째 주장에 깔린 선입관이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강한 호소력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악독하거나 속물적이거나 어리석은(최소한 어리석어 보이는) 창조주의 손에서 위대한 피조물이 만들어지는 것을 볼 때마다 복잡한 심경에 빠진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가치관이 부정당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에 관한 신화는 그저 셰익스피어에 관한 뜬소문, 루머, 거짓말이 아니다. 그것은 셰익스피어를 더 잘 아는 것을 넘어 그를 더 잘 이해하고 싶고, 그가 상식과 윤리의 범주에서 떠나버리는 것을 막고자 하는(설령 그의 업적을 부정하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이 실체화한 것이다. 신화들은 셰익스피어에게 다양한 인간적인 면모를 부여하고, 건조한 기록들보다 더 풍성한 색채를 선사한다. 우리는 신화를 통해 역사적 사실이 지적하는 불안한 구멍을 메울 수 있다. 이것이 신화의 효용이며, 근거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신화가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이다.


▶ 그럼에도 진실을 밝히는 이유

신화에 이러한 효용이 있음에도, 로리 맥과이어와 에마 스미스는 셰익스피어와 얽힌 신화의 실체를 밝히겠노라고 선언하다.

설령 이 책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만큼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불안한 결과가 나온다 할지라도, 우리는 우리를 편히 덮어주었던 그런 덮개들을 벗겨낼 것이다. _ 12쪽

어째서일까? 셰익스피어는 엄연히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실존 인물이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그의 존재 자체를 의문시하는 신화의 경우 그것은 단순히 흥미로운 주장이 아니라 진실의 왜곡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저작 여부에 관한 논의를) 요구하는 것은 언뜻 무해하게 보인다. 그러나 그 함의에 대해 생각해보면 결코 무해하지 않다.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을 대학 강의의 한 부분으로 다루어야 하는가?” _ 315쪽

역사적 인물을 가십거리로 전락시키는 순간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거기에 공정한 평가를 내리는 작업은 불가능해진다. 저자들은 바로 이것을 우려했다. 온갖 신화에 둘러싸인 셰익스피어를 그대로 믿어버리는 것은 곧 왜곡되거나 편파적일지도 모를 역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책에서는 신화의 형성 과정과 그 기능을 밝히는 것 못지않게 신화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을 중시했다. 셰익스피어 연구로 이름 높은 두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정전(正典)과 그에 관한 다양한 저서, 논문, 기록, 실제 공연을 아우르며 신화 속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쳤다. 신화를 입증하거나 반증할 자료가 부족한 경우에는 다양한 추리를 통해 가장 진실에 근접한 결론을 내리려 노력했다. 비록 그렇게 도출된 결과가 ‘예 / 아니오’로 깔끔하게 나누어떨어지지는 않을지언정, 이것들을 밝혀내는 과정은 셰익스피어뿐 아니라 역사를 대하는 자세에 관해 많은 점을 시사해줄 것이다. 그것은 분명 신화 그 자체보다 중요하다.
 
  들어가며

신화 1 셰익스피어는 당대에 가장 인기 있는 작가였다?
신화 2 셰익스피어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
신화 3 셰익스피어의 연극은 엘리자베스 시대 의상으로 공연해야 한다?
신화 4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연극을 출판하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
신화 5 셰익스피어는 여행을 한 적이 없다?
신화 6 셰익스피어의 연극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
신화 7 셰익스피어는 가톨릭교도였다?
신화 8 셰익스피어의 극에는 무대 배경이 없다?
신화 9 셰익스피어 비극이 희극보다 더 진지하다?
신화 10 셰익스피어는 아내를 싫어했다?
신화 11 셰익스피어는 일상 언어의 리듬으로 썼다?
신화 12 햄릿이라는 이름은 셰익스피어의 아들에게서 따온 것이다?
신화 13 천박한 부분은 하층민을 위한 것, 철학은 상류층을 위한 것?
신화 14 셰익스피어는 그의 고향 스트랫퍼드의 극작가였다?
신화 15 셰익스피어는 표절자였다?
신화 16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생애에 대해 잘 모른다?
신화 17 셰익스피어는 혼자서 작품을 집필했다?
신화 18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자전적이다?
신화 19 셰익스피어가 현대에 태어났다면 할리우드 극본을 쓸 것이다?
신화 20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가 무대에 고하는 작별인사였다?
신화 21 셰익스피어의 어휘는 엄청났다?
신화 22 셰익스피어의 극은 시간을 초월한다?
신화 23 『맥베스』는 극장에서 징크스를 겪는다?
신화 24 셰익스피어는 극을 수정하지 않았다?
신화 25 여성 대역을 한 소년 배우들?
신화 26 셰익스피어 연극은 영화로는 성공할 수 없다?
신화 27 요릭의 해골은 진짜였다?
신화 28 엘리자베스 여왕은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즐겼다?
신화 29 셰익스피어의 작중인물들은 실제 인물과 같다?
신화 30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를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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