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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의 권력 행사: 냉전 후 미국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나아갈 길
(원제) Exercise of Power: American Failures, Successes, and a New Path Forward in the Post-Cold War World
로버트 게이츠 지음 / 박동철 옮김
한울아카데미 / 2023-09-15 발행 / 신국판 / 양장 / 480면 / 49,800원
ISBN 978-89-460-7464-4 93340
분야 : 정치·국제관계
 
  ● 미국 대통령의 권력 행사는 교향곡을 연주하는 악단의 지휘자와 같다

강대국의 권력 행사는 군대로 대표되는 군사적 수단과 외교, 전략적 소통, 개발원조 등으로 대표되는 비군사적 수단으로 나뉜다. 냉전 시기 미국 대통령들은 군사적·비군사적 권력수단(권력교향곡의 악기)을 균형 있게 사용해 소련과의 경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그 후 30년간 미국의 국제적 위상은 점차 가라앉았는데 백악관의 후임자들이 권력교향곡의 악기를(특히 비군사적 수단을) 제대로 연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냉전 후 30년간 미국 대통령들이 맞닥뜨린 15개의 도전을 다룬다. 역대 대통령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응전은 대부분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15개의 도전 중에는 북한의 핵과 중국의 부상에 백악관이 어떻게 고심했는지도 포함되어 있어 한국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이 책의 저자는 아버지 부시 정부에서 CIA 부장을, 아들 부시와 오바마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내는 등 미국 국제안보 분야의 최고위급 거물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각각의 의사결정을 어떻게 왜 내렸는지, 누가 대통령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주었는지, 대통령들의 독특한 의사결정 스타일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저자의 목격담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 냉전이 끝나고 30년, 미국의 대통령들은 ‘제대로’ 권력을 행사했는가?

미국 대통령은 흔히 세계에서 가장 힘(권력)이 센 자리라고 한다. 소련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 냉전 후 대통령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책은 냉전 후 백악관의 주인이었던 다섯 명의 대통령을 다룬다. 소련이 붕괴하던 당시의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부터 시작해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가 그들이다.

미국 대통령이 가진 권력은 군사적인 것과 비군사적인 것으로 나뉜다. 군사적인 것은 명실공히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군의 힘이다. 미군의 힘을 앞세워 미국 대통령은 타국에게 복종을 강제할 수 있다. 비군사적인 것은 힘의 원천이 다양한데 외교, 경제, 전략적 소통, 개발원조, 정보, 기술, 이데올로기, 사이버 공세 등이다. 저자는 이러한 군사적·비군사적 자산을 “‘권력교향곡’의 악기”로, 대통령을 “교향악단의 지휘자”에 비유한다. 그리고 미국이 냉전에서 승리한 배경으로 냉전 시기 미국 대통령들(특히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로널드 레이건, 아버지 부시)이 군사적인 힘과 비군사적인 힘을 현명하고 균형 있게 사용했던 덕분이라고(즉, 권력교향곡의 거장들이었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오늘날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예전만 못 하고 중국의 추격을 허용한 것은 냉전 후 후임자들이 백악관의 주인으로서 힘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냉전 후 미국 대통령들이 그들의 손에 놓인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군사적인 힘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비군사적인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본다. 그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오늘날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의 규모 차이다. 국무부의 해외 파견 외교관은 8000명을 조금 넘는데 이는 항공모함 한 척의 정원보다 2000명 많은 수준이다. 이에 비해 미국 국방부는 200만 명의 군인과 80만 명의 군무원을 보유한 매머드 부처다. 역설적이게도 냉전이 끝난 뒤에 미국의 무력 사용은 “최후(의 고려) 수단이 아닌 첫 번째 선택이 되었”고, 미국 대통령들은 비군사적인 힘의 유용성을 종종 망각해 버렸다.

● 냉전 후 미국 대통령들이 맞닥뜨린 15개의 도전

이 책의 대부분(3~12장)을 차지하는 내용은 냉전 후 30년간 미국 대통령들이 전 세계 15개 지역에 걸쳐 제기된 도전에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3장은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지금까지 미국의 골칫거리가 된 이란을 다룬다. 4장은 1991년 내전이 현재진행 중인 소말리아, 20세기 내내 국가 위기 상태인 아이티, 10년의 내전 끝에 7개의 국가(지역)로 나뉜 유고연방을 각각 다룬다. 5장은 ‘플랜 콜롬비아’를 성공시키며 마약과 반군 문제를 관리하는 콜롬비아를 다룬다. 6~7장에서는 이른바 강대국의 무덤이라 불리는 아프가니스탄과 1991년과 2003년에 미국과, 2010년대에 ISIL과 전쟁을 치른 이라크를 다룬다. 8장은 미국의 지원하에 HIV·AIDS를 통제하고 있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다룬다. 9장은 소련이 붕괴한 후 오랜 혼란 끝에 다시 부활하는 러시아를 다룬다. 10장은 2008년 남오세티야와 전쟁을 벌인 조지아,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거듭되는 내전에 시달리는 리비아와 시리아, 2014년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전쟁을 치른 우크라이나를 순서대로 다룬다. 마지막으로 11~12장은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이어가는 북한과 21세기 신냉전의 주역으로 떠오른 중국을 다룬다.

냉전이 끝나고 30년간 미국 대통령들은 이 15개 지역에서 제기된 도전을 놓고 임기 내내 골머리를 썩였다. 놀랍게도 그 고민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책의 부제인 ‘냉전 후 미국의 성공과 실패’가 무색하게 미국이 개입해 성공한 사례는 콜롬비아(5장)와 아프리카(8장) 두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실패에 훨씬 가깝다. 소말리아, 아이티, 유고(4장)에서 미국의 개입은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파멸”로 끝났다. 아프가니스탄(6장)에서는 “끝이 없는 전쟁”에 신음했고, 이라크(7장)전쟁은 “저주”가 되었다. 이란(3장), 시리아와 우크라이나(10장), 북한(11장)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러시아(9장)와의 관계는 “기회를 놓쳤”으며, 중국(12장)과의 미래는 경쟁일지 충돌일지 다른 무엇일지 아직 알 수 없다.

이렇게 수십 년간 누적된 실패 또는 실패에 가까운 결과들이 냉전 직후 1990년대에 절정에 달했던 초강대국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손상시켰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냉전 후 미국 대통령들이 비군사적 자산의 중요성을 간과해 온 결과이며, 특히 최근에 재임한 두 대통령(오바마와 트럼프)이 국제 문제보다 국내문제에 치중하는 고립적 성향을 보인 것과 무관치 않다.

● ‘교활한 여우’ 북한과 ‘경쟁이냐 충돌이냐’ 중국에 대하여

이 책은 전 세계 15곳의 국가와 지역 문제를 두루 다룬다. 우리로서는 그중 북한과 중국을 언급한 내용에 특히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저자는 북한을 “교활한 여우”라고 평가한다. 북한은 항상 긴장을 고조시키다가 양보를 조건으로 협상을 시작하고 다시 약속을 어기고 핵 프로그램으로 복귀한다. 그리고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면 처음부터 그 순환을 다시 시작한다. 냉전 후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북한에게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 지원을 약속하고 이를 통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었다고 믿었으며 전임자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다짐했지만 결국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외교와 경제제재의 누적된 실패 끝에 이제 북한에게 핵 포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그렇다고 북한과 전쟁을 벌이는 것도 가능한 선택지가 아님을 강조한다. 그 전쟁에서는 적어도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다. 북한을 상대로 하는 군사적·비군사적 권력 행사가 모두 무용한 상황에서 저자는 미국이 눈높이를 낮추어 북한의 핵무기를 가능한 한 작은 수로 제한하는 협정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 책은 중국을 가장 마지막 장에 배치하며 그 중요성을 암시한다. 저자는 중국이 향후 미국이 직면할 도전 중 가장 복잡하고 버거우며 잠재적으로 가장 위험한 상대가 될 것이라는 일반의 평가에 동의한다. 이미 중국은 군사력은 물론이고 경제력, 사이버 역량, 전략적 소통, 과학·기술, 이데올로기 등 비군사적인 자산도 상당히 축적했다. ‘일대일로’의 추진에서 보듯이 중국은 이들 자산을 균형 있게 사용하는 등 권력교향곡도 꽤 능숙하게 연주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미국과 중국 간에 장래에 군사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예측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떠오르는 강대국과 정체된 강대국 간에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은 고대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충돌에 근거한 것인데, 베이징과 워싱턴의 지도자들이 현명하다면 양국의 경쟁은 충분히 평화로울 수 있으며 협력 분야도 포함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된다면 두 나라의 경쟁은 주로 비군사적 분야에서 벌어질 것이다.

또한 중국이 이미 보유한 힘과 권력수단에도 불구하고 중국 국내에는 그보다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국가 부채, 환경오염,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부정부패, 분리주의 등이 이미 중국의 성장을 갈아먹고 있다. 반대로 미국은 여전히 군사적·비군사적 자산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다. 무엇보다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쇠퇴를 부르는 것이 아님을 저자는 강조한다. 미국이 쇠퇴할지 여부는 베이징이 아니라 워싱턴에서 일어나는 일에 달려 있다.

● 민주·공화 양당 모두의 선택을 받은 국방부 장관

이 책의 주인공은 제목에서 보듯 냉전 후 미국의 대통령들이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는데, 바로 저자인 로버트 게이츠 자신이다. 저자는 레이건 정부에서 CIA(중앙정보부) 차장을, 아버지 부시 정부에서 국가안보부(副)보좌관과 CIA 부장을 지냈다. 그리고 아들 부시 정부(공화당)와 오바마 정부(민주당)에서 연이어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미국에서도 보기 드물게 민주·공화 양당의 인정을 받으며, 어느 누구보다 많이 양당의 대통령들을 보좌하고 백악관 의사결정에 참여했다.

저자는 냉전 후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 가까이서 미국의 군사 정책을 직접 만들고 집행해 본 사람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각각의 의사결정을 어떻게 왜 내렸는지, 누가 대통령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주었는지, 대통령들의 독특한 의사결정 스타일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저자의 목격담이 책에 가득하다. 이 책을 통해 50년 동안 여덟 명의 대통령 밑에서 미국의 국가안보 분야에 봉직한 저자의 지혜를 공유할 수 있다.
 
  1장 권력교향곡
2장 대통령의 권력 행사하기
3장 이란: 위대한 악마의 골칫거리
4장 소말리아, 아이티, 유고 전쟁: 파멸에 이른 선의
5장 콜롬비아: 계획의 성공
6장 아프가니스탄: 끝이 없는 전쟁
7장 이라크: 저주
8장 아프리카: 성공 이야기
9장 러시아: 기회를 놓쳤나?
10장 조지아, 리비아, 시리아, 우크라이나: 개입하느냐 마느냐
11장 북한: 교활한 여우
12장 중국: 경쟁, 충돌 아니면 새로운 무엇?
13장 교훈 학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