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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로버트 커트너 지음 / 박형신 옮김
한울아카데미 / 2020-02-28 발행 / 신국판 / 양장 / 544면 / 42,000원
ISBN 978-89-460-7216-9 93300
분야 : 정치·국제관계, 경제·경영
 
  ▶무력해진 민주주의와 적나라해진 자본주의
비뚤어진 이들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집요한 탐구

1970년대 이후 금융 규제가 완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에 밀려 점차 힘을 잃고 있다. 불평등한 경제와 권력지향적 정치는 과연 시장경쟁과 지구화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일까? 이 책은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자신이 선택한 결과이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로버트 커트너는 한때 서로를 강화하는 건강한 사이였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어쩌다가 이토록 불편한 관계가 되었는지를 수많은 정치적 인물과 사건 속에서 얽어내며 매우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커트너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건전한 균형을 이루었으나 글로벌 자본주의를 거치면서 이러한 균형이 무너졌다고 강조하면서, 전후의 ‘민주적으로 관리되는 자본주의’에서 오늘날의 대안을 찾는다. 또한 전 세계에서 부상하고 있는 극우 민족주의의 근원과 금융의 지구화로 심화된 약탈적 자본주의를 냉철하게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분노할 대상이 무엇인지 제대로 직시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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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왜 이토록 불편한 관계가 되었는가

오늘날 노동계급은 진보정치를 지지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는 호소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실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국의 진보적인 저널리스트 로버트 커트너가 이 책의 집필을 서두르게 된 계기도 바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었다. 지구화의 가장 큰 피해자인 노동계급에게 극단적인 민족주의 감정을 조장함으로써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만들어준 트럼프의 전략은 매우 주효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선거전략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본주의가 무소불위의 힘을 얻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게 된 것은 마거릿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이 적극 도입한 신자유주의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게다가 진보세력, 즉 빌 클린턴, 토니 블레어, 게르하르트 슈뢰더 등의 중도좌파 정부는 이를 저지하기는커녕 이 물결에 편승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과 양극화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접어들었고, 맹목적 애국을 강조하는 우파 포퓰리즘이 부상하기에 이르렀다. 커트너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우파 포퓰리즘에서 불길한 조짐을 읽어낸다. 이 같은 현상은 20세기의 파시즘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트너는 오늘날 자본주의가 확대되고 노동조건이 악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경제적 정명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이익을 보장해 주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자본주의가 가장 좋았던 시기를 다시 성취할 수 있는 방법

이 책의 특징은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을 이상주의적 관념이 아닌 역사적 실험에 근거해 모색한다는 것이다. 폭넓은 학식과 깊이 있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커트너는 전후 루스벨트가 뉴딜정책을 통해 구축했던 혼합경제체계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지구화라고 하면 대개 소득불균형, 과도한 시장경쟁, 불평등 심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적 글로벌리즘을 떠올린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후 자본주의의 황금기에 진전된 지구화는 달랐다. 당시에는 민주주의에 의해 관리되는 글로벌리즘 체계가 작동했다. 커트너는 당시의 ‘관리되는 자본주의’를 약탈적 자본주의와 무력해진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루스벨트는 자본주의의 엔진과 민주주의의 이상 간에 건전한 균형을 이루어내는 데 성공했다. 혼합경제체제를 통해 미국은 ‘자본주의를 이용해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기적을 이룩했고 그 결과 30년간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이처럼 ‘괜찮은 자본주의’는 1970년대 이후 금융의 자유화, 노동조합 약화, 규제완화와 민영화 등으로 인해 해체되고 말았다. 특히 전 세계로 퍼져나간 신자유주의 정책과 가치는 전후 세계 각국이 합의한 사회적 약속을 해체시키는 추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커트너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는 단순하고 효율적인 금융체계로 되돌아가 금융이 경제의 주인이 아니라 하인이 된다면, 제2차 세계대전 규모의 사회투자 프로그램을 실행한다면, 그리고 전제정치 및 과두정치를 종식한다면 우리는 다시 관리되는 자본주의로 돌아갈 수 있다고 확언한다.


▶민주주의를 재건하기 위한 진보정치의 역할과 과제

오늘날 사람들은 돈이 시민권보다 더 강력해진 상황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분노의 타깃을 잘못 잡은 경우가 많다. 우리는 분노의 원천을 포착하여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자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진보주의자들이 진보정치의 실책을 성찰하고 새로운 민주적 정치의 길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주는 교과서가 될 것이다. 또한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에서 패배한 원인이 백인 노동계급을 도외시하고 오른쪽으로 이동해 정체성 정치에 매몰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탁월한 시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도 진보 진영의 정치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커트너는 2020년 미국 대선을 전망하면서 정부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금융 권력에 대항하며 네오파시즘의 호소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선출되기를 기대한다. 이 책을 2020년 미국의 실제 대통령 선거 과정과 비교해 보고, 나아가 곧 있을 우리나라의 총선과 대비해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제1장 화난 사람들의 노래
제2장 취약한 기적
제3장 민주적 글로벌리즘의 등장과 몰락
제4장 금융의 자유화
제5장 노동에 대한 글로벌한 공격
제6장 유럽의 깨진 사회협약
제7장 중도좌파의 치욕
제8장 괜찮은 경제 팔아버리기
제9장 조세와 기업 국가
제10장 글로벌 자본주의 통치하기
제11장 자유주의, 포퓰리즘, 파시즘
제12장 나아갈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