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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와 재현: 재일한인의 국적, 사회 조사, 문화 표상
한영혜·김인수·정호석 지음
한울아카데미 / 2020-02-10 발행 / 신국판 / 양장 / 312면 / 38,000원
ISBN 978-89-460-7204-6 93300
분야 : 역사학, 사회학, 지역연구도서, 동아시아연구
 
  재일한인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학제 연구 성과,
‘재일한인 연구총서’ 출간!

2권 『경계와 재현』, 두 국가 사이에서 능동적으로 살아온 마이너리티로서의 삶과 실존을 조명하다

2015년 1월 뜻있는 사회학, 경제학, 문화인류학 연구자 8인이 모여 ‘재일동포연구단’을 조직하고 재일한인의 노동, 직업, 도시, 젠더, 사회통계, 경제 및 기업 활동, 예술 등 다양한 측면의 연구를 기획했다. 그 이후 3년간 공동연구를 진행해 매년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여러 국내외 연구자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를 가졌고, 그 결과물을 엮어 ‘재일한인 연구총서’로 출간했다. 이번 연구 프로젝트와 출간은 재일한인 1세였던 고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을 기리는 ‘이희건 한일교류재단’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전 4권으로 출간된 총서는 재일한인의 역사가 100년이 흐른 지금, 억압과 차별, 지배와 저항에만 머물러 있던 재일한인사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총서 2권 『경계와 재현』은 국적 변경의 사례와 여러 주체가 실시한 사회 조사 자료, 일본 내 재일한인의 문화 표상 연구를 통해 21세기 재일한인의 의미를 다각도로 새롭게 살피고 있다.


국적 변경, 사회 조사, 문화 표상에 담긴
재일한인의 능동적 역사를 조명하다!

구한말 피폐한 농촌을 떠난 농민들이 해외로 삶의 터전을 찾아 나선 이래 개항과 식민 시기를 거치면서 한인들의 해외 이주는 세계 각지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한인들은 해방 후 여러 가지 이유로 약 60만 명이 일본에 잔류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근현대사를 통해 재일한인들이 걸어온 길은 거주국과 본국 어느 쪽의 역사로도 환원될 수 없는 독자적인 궤적을 그리고 있으며, 동시에 그 궤적은 거주국과 본국 각각의 역사와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그동안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재일한인은 제대로 자리매김되지 못했다. 거주국에서 마이너리티로 살아온 연구도 억압과 차별, 지배와 저항이라는 고정 관념과 이분법의 영향 아래 진행되어 왔다.
재일한인의 역사가 한 세기를 넘은 오늘날, 이 책은 그동안 연구자들이 별로 주목해 오지 않은 재일한인의 능동적 역사를 살핀다. 국가가 구획한 국적이라는 법적 경계를 전략적으로 넘나든 재일한인의 모습, 마냥 국가의 일로서만 치부되었던 사회 조사/통계를 마이너리티의 입장에서 전유하고 심지어 자력으로 그 대안을 창출해 간 모습, 재일한인에 대한 정형화된 표상을 비판하며 그 의미론적 폭을 넓히고 새로운 이미지를 더해온 활동 등을 조명한다. 이러한 시도는 재일한인의 마이너리티로서의 삶과 그 사회적 실존이 얼마나 복잡하고 또 다채로운지를 새삼 일깨운다.


<이 책의 내용>

제1부 제1장 “‘한국’과 ‘조선’ 경계 짓기와 경계 넘기: 국민 정체성의 재구성과 생활의 전략”은 1950~1970년대에 이루어진 ‘한국’-‘조선’의 경계 형성과 그 경계를 넘는 이동(국적 변경)의 양상, 그리고 그것이 재일한인의 생활 세계에서 갖는 의미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재일한인의 국적 변경이 주로 ‘귀화’를 통한 일본국민화의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데에 그치고 본국의 두 국적 ‘한국’과 ‘조선’ 사이의 경계와 이를 넘나드는 이동에는 소홀했다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1950~1970년대 초에 이루어진 국적 변경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인터뷰를 통해 발굴함으로써, ‘경계 지워지는’ 경험과 ‘경계를 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 씨줄과 날줄로 교직되어 구현된 삶의 다층성을 탐색하면서 ‘국적’이 갖는 폭과 깊이를 드러낸다.
제2장 “재한재일한인, 본국과의 새로운 관계: ‘조선’에서 ‘한국’으로 ‘국적 변경’을 한 재일 3세를 중심으로”는 오늘날 ‘한국에 살고 있는 재외국민’이라는 독특한 사례를 소개한다. ‘조선’에서 ‘한국’으로 ‘국적 변경’을 한 재일한인 3세들 중에는 탈냉전과 글로벌화의 진전, 한국, 북한, 일본 각각의 정치·경제·사회적 변동, 본국과 일본의 관계 변화를 배경으로 ‘특별영주권’을 보유한 채 ‘재외국민’ 신분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 ‘재한재일한인’의 사례를 통해 재일한인의 정체성 및 본국과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음을 환기하면서 재일한인의 일본 정주(定住)를 전제로 삼아온 종래의 연구 관점을 재고할 필요가 있음을 일깨운다.
제2부의 제3장 “재일한인 인구 및 실업 통계의 생산과 전유”에서는 패전 이후 일본 정부가 재일한인 인구의 이동과 현황을 어떤 관점에서 포착하고 있었는지를 검증하고, 재일한인 단체가 이에 대항하여 어떤 조사를 실시했는지 그 흔적을 발굴한다. 아울러, 통계의 전유(appropriation)가 가져온 대단히 아이러니컬한 효과를 응시한다. 이를테면, 재일한인 단체가 일본 국가통계를 비판하면서 실업/빈곤 조사를 통해 얻어낸 각종 통계가 1950년대 중후반의 이른바 (북한으로의) ‘귀국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본 국가기구에 의해 전유·횡령·절취되었다는 점, 그것이 일본으로부터 재일한인들을 ‘방출’시키는 일을 정당화하는 ‘인도주의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로 활용되었다는 점을 밝혀낸다. 재일한인에 관한 조사/통계의 생산과 소비의 실천을 들여다본 이 글을 통해, 통상 ‘객관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통계가 실제로는 여러 맥락성에 구속된 의지의 투영물, 역사적·사회적 실천의 결과물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제4장 “‘보이지 않는 자’의 가시화와 헤게모니 경쟁”은 1970년대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본 사회에서 재일한인에 관한 사회조사가 누구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무엇을 초점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본다. 재일한인이라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자(the invisibles)’를 가시화하고 재현하고자 했던 민단, 총련, 민투련 그리고 일본 지방정부의 조사들을 소재로 그 취지와 목적, 방법론, 질문지에서의 개념화 및 범주화의 양태, 표본의 구성 및 추출이 갖는 특성을 밝혀내고 비교한다. 이 글이 던지는 질문, 이를테면 “마이너리티 사회 조사는 가능한가?”라는 물음은 재일한인 연구의 고충과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재일한인 사회 조사가 지닌 역사적 맥락성을 암시하는데, 이 글은 재일한인에 관한 사회조사가 재일한인 사회단체들 간의 헤게모니 경쟁의 구체적 표현이었음을 생생히 보여준다.
제3부 제5장 “전후(戰後)를 사는 ‘오모니’: 재일한인 모성 표상의 계보학”에서는 ‘오모니(オモニ)’라는 일본어 표현을 중심으로 한인 여성에 대한 문화 표상이 갖는 역사적 중층성을 추적한다. ‘오모니’는 원래 식민지 시기 한반도에 거주하던 재조일본인(在朝日本人) 가정에 고용된 조선인 여성 가사사용인을 일컫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말은 해방 후에도 다양한 형태로 쓰이면서 점차 1세 여성 일반에 대한 인식 틀로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오모니’는 한인 2세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일본 지식인, 작가들의 적극적인 인용과 재해석, 1세 여성들의 문해 활동과 관련된 지역 시민운동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부여받으며 사회 속에 뿌리내렸고, 최근에는 주류 대중문화에 편입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경계를 넘어 다양한 담론적 실천을 자극하면서 의미의 층을 더해온 ‘오모니’의 역사는 전후의 일본 문화 속에서 재일한인이 갖는 역동적 위상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제6장 “도래하는 ‘자이니치 1세’”는 ‘자이니치(在日) 1세’라는 범주의 내실을 ‘매개물로서의 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여 포착해 내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출간된, 1세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네 권의 책이 집중적인 분석의 대상이다. 이 책들은, 그간 문화계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1세들의 생애사가 대중적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했다는 점, 문해 운동을 중심으로 한인 1세의 기억과 생활이 지역 시민운동의 한 축을 형성하게 되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저자는 책에 대한 미디어론적 분석을 통해 그들의 삶과 기억에 대한 기록, 출판이 비단 1세의 ‘복원’에만 복무하는 것이 아니며, 그 자체로 일종의 ‘도래의 사건’, 다시 말해 정치공동체의 문화적 구성에 역동적으로 개입하는 창조적인 텍스트로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 속으로>

1950년 이후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한국과 조선 사이의 국적 변경은 재일한인 사회에 나타나는 특유한 국민 정체성의 유동성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그러나 그동안 재일한인의 국적 변경 문제는 주로 일본과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다뤄졌고, 본국 내부의 상이한 두 국적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경우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한국’-‘조선’의 경계와 국적 변경에 대해서는 주로 한국과 북한, 민단과 총련 등 대립·경합하는 두 본국 및 그와 연계된 재일한인 민족단체들의 정치적 역학이라는 측면에 관심이 편중되었다.
이 장에서 필자의 관심은 앞과 같이 주어진 구조적 조건하에서 재일한인들은 어떻게 자신의 삶의 전략을 모색하고 실천했는가 하는 데 있다. 구조적 조건에 규정당하면서도 정치적 귀속의 표상인 국적의 선택과 그 선택에 따른 기존 국적의 변경 또는 유지는 결국 개인의 결정에 의한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27쪽, 1장 "‘한국’과 ‘조선’ 경계 짓기와 경계 넘기" 中)

협정영주권을 신청하는 데 있어 장손으로서 집안일을 돌본다든가, 장남으로서 제사를 모신다든가, 떨어져 사는 가족들과 왕래가 가능하고 초청할 수 있다든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재일한인의 생활 세계는 국경을 넘어 한국과 일본 양편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가족 전략은 일본에 거주하는 가족뿐 아니라 본국의 가족도 포함한 전략이 된다. 협정영주권은 재일한인뿐 아니라 본국의 가족, 친지에게도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협정영주의 자격이 있으면 가족을 일본으로 초청할 수 있었고, 재입국 허가 기간이 길기 때문에 한국에 상당 기간 머물면서 집안의 필요한 일들을 할 수가 있었다. …… (78쪽, 1장 "‘한국’과 ‘조선’ 경계 짓기와 경계 넘기" 中)

여기서 ‘재한재일한인’이란 일본의 특별영주권을 갖고 있으면서 재외국민의 신분으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학업, 일, 결혼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 생활 기반을 두고 거주하는 사람들로, 이들 중에는 사실상 한국에 정착했다고 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민주화와 경제 발전, 탈냉전·글로벌화의 진전을 배경으로 1990년대 이후 재일한인의 한국과의 교류·왕래는 대폭 증대했고, 이와 더불어 한국에 거주하는 재일한인도 증가했다. 재일한인과 본국의 거리는 이전보다 축소되었고, 1세, 2세에 비해 3세들이 본국과의 거리가 멀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81쪽, 2장 "재한재일한인, 본국과의 새로운 관계" 中)

조사/통계 자료의 검토 시기를 이렇게 한정한 것은 ‘1955년’의 시점이 ‘전후의 종결’이라는 슬로건으로 대표되듯 일본 사회 안에서 정치적·경제적인 분기점이자, 재일한인 사회 안에서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결성(1955)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점을 감안한 결과다. 이 점은 재일한인 집단을 둘러싼 조사/통계의 실천에서 1955년까지는 일본 정부와 재일한인 단체 간 경쟁과 충돌이 중요한 문제였지만, 1955년 이후로는 재일한인 사회 내에서 민단과 총련 간 조직화된 헤게모니 경쟁이 더욱 심화되어 갔고 이들이 점차 조사/통계 생산의 주요 행위자가 되어갔던 사실을 배경으로 한다. (119쪽, 3장 "재일한인 인구 및 실업 통계의 생산과 전유" 中)

다시 말해, 1951~1953년 단계에서 재일한인 단체들이 조사하여 펴낸 통계에서는 재일한인의 빈곤의 실상을 폭로하고 일본 정부에 생활보호의 필요성/필연성을 요구하는 것과 연계하여 제시했던 실업 실태조사/통계, 다시 말해 전후 일본 국가 행정의 실패와 일본 사회 안에 자리한 민족 차별 구조를 비판하고, 나아가 제국-식민지의 체제가 남겨놓은 부정적인 유산이자 흔적으로서의 재일한인의 빈곤한 삶을 부각하려는 용도로 재일동포 단체들이 열심히 수집, 작성했던 통계를, 이노우에는 ‘인도적 귀국 사업’(실질적인 의미에서, 빈곤한 재일한인의 ‘추방’)의 필연성을 지지하는 과학적 근거로서 바꿔치기했던 것이다. (142쪽, 3장 "재일한인 인구 및 실업 통계의 생산과 전유" 中)

재일한인에 대한 사회 조사가 본격적으로 개시된 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다. 이른바 ‘재일 2세/3세’의 문제, 다시 말해 새로운 세대의 출현으로 재일 1세가 구축한 ‘민족 사회’가 실감을 잃고 풍화될 것이라는 위기의식과, 마이너리티에 대한 일본 사회의 무지 및 동화 교육으로 점점 더 민족 식별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본격화한 시대와 정확히 겹친다. 민족 재생산의 위기를 알리는 징후는 언어 사용(‘조선어’ 구사 능력), 이름 사용(본명/통명), 혼인 관계(일본인과의 국제결혼)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표출되었다. (152쪽, 4장 "‘보이지 않는 자’의 가시화와 헤게모니 경쟁" 中)

일본어에는 물론 ‘어머니’를 뜻하는 ‘오카아상(お母さん)’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재일한인이나 한국인에 대해서는 원어의 발음을 살린 ‘오모니’라는 말이 종종 쓰인다. 그런데 ‘오모니’는 그 역사가 오래고 쓰임도 넓다. 일제 시기부터 쓰이기 시작한 이 말에는 식민지 한반도에서 생활한 일본인들의 기억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며 해방 후 일본에서 나고 자란 한인들의 어머니 및 모국, 모국어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나 자신들의 ‘뿌리’에 대한 고민이 단단히 얽혀 있다. 더욱이 흥미로운 점은 이 ‘오모니’라는 말의 쓰임이 결코 재일한인 사회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195쪽, 5장 "전후를 사는 ‘오모니’" 中)

…… 17살에 결혼해 일본에 건너왔다가 남편을 잃은 후 지독한 가난 속에서 김희로를 리어카에 태워 고물을 줍거나 생선을 팔아 자식들을 키워낸 ‘오모니’의 지난한 삶의 여정을 소개하면서 재일한인들의 불우한 처지를 강조하고 있다. …… 사실 이 사건에 관련한 모든 논의는 김희로가 사건 이전에 이미 두 명을 살해했다는 점에서 ‘원천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곧 범행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김희로의 변명에 속을 뿐이라는 야유와 비난이 집요하게 따라붙는 상황에서, ‘오모니’는 …… 그 너머의 ‘민족 문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하나의 ‘창문’으로 기능했다. 이때 ‘오모니’라는 창(窓)은 독특한 윤리적 호소력을 가졌다. 즉 아무런 잘못도 없이 고생을 강요당하면서도 아들에게 지극한 사랑을 쏟는 어머니의 모습은 일본인들에게 모종의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213~214쪽, 5장 "전후를 사는 ‘오모니’" 中)

소수자(minority) 집단이 책을 통해 소개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공적인 가시성(public visibility)을 획득하는 양상을 주목할 때,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가 말한 ‘타자의 도래(avenir)’라는 개념은 매우 시사적이다. 즉, 사회적 타자/이방인은 어떠한 범주나 공적 논제이기에 앞서 활자, 사진, 영상 등 특정한 기록·재현의 기술을 통해 ‘출현’함으로써 사회의 문화적 동일성을 흠집 내고 다양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그들을 다루는 기존의 범주·담론·정책을 근본적으로 되묻는다. 이들의 ‘도래’는 하나의 ‘사건’, 즉 그 자체로서 진지한 탐구를 요청하는 사회적인 현상이며, 이때 그러한 도래를 가능하게 한 ‘책’은 단지 특정한 의미를 담은 ‘투명한 용기’가 아니라 타자/이방인의 낯선 모습, 삶, 기억에 인지 가능한 물질성을 부여하며 그에 대한 해석과 감흥이 다시 현실로 엮이는 과정을 고유한 방식으로 틀 짓는 ‘미디어이자 메시지’다. (267~269쪽, 6장 "도래하는 ‘자이니치 1세’" 中)

다음으로, 표지에 실린 ‘이름’ 역시 간과할 수 없는데, 이들 이름은 책 내용과 별개의 수준에서, 심지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까지도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책이 수용되는 문화적 맥락을 규정한다. 즉, 1990년대 일본에서 국민국가 비판론과 탈식민주의의 대두와 함께 전후 사회과학 전반에 대한 반성이라는 조류가 형성되는 가운데, 오구마 에이지와 강상중은 활발한 저작, 문단 활동을 통해 ‘내셔널리즘’에 관한 비판적 담론을 주도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기존의 자이니치 연구자가 아닌 이러한 ‘떠오르는 스타 학자들’이 편자로 나섰다는 점은 1세의 문제를 이러한 동향 속에 ‘새로운 테마’로 자리매김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276쪽, 6장 "도래하는 ‘자이니치 1세’" 中)
 
  제1부 국적
1장 ‘한국’과 ‘조선’ 경계 짓기와 경계 넘기: 국민 정체성의 재구성과 생활의 전략_ 한영혜
1. 들어가며
2. ‘조선’과 ‘한국’ 경계 형성과 상징의 헤게모니 경쟁
3. 1950~1970년 국적 변경의 추이
4. 국적 변경 사례: 1950년대
5. 협정영주권과 대한민국 국민 증명
6. 국적 변경 사례: 협정영주권 관련하여
7. 한국에서 조선으로의 이동
8. 생활의 전략과 국적

2장 재한재일한인, 본국과의 새로운 관계: ‘조선’에서 ‘한국’으로 ‘국적 변경’을 한 재일 3세를 중심으로_ 한영혜
1. 들어가며
2. ‘한국’: “터부”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로
3. 국적 변경과 가족
4. 자기실현
5. ‘조선’이라는 기호: 불안과 애착
6. 본국과의 새로운 관계

제2부 사회 조사
3장 재일한인 인구 및 실업 통계의 생산과 전유_ 김인수
1. 들어가며
2. 이론적 배경과 자료
3. 행정 조사와 대항 조사
4. 맺으며

4장 ‘보이지 않는 자’의 가시화와 헤게모니 경쟁_ 김인수
1. 문제 제기
2. 재일한인 사회의 인구학적 변화와 위기의식
3. 일본의 혁신자치체/지방 행정과 재일외국인 실태조사
4. 총련계열의 사회 조사
5. 민단계열의 사회 조사
6. 맺으며: “마이너리티 사회 조사는 가능한가”

제3부 문화 표상
5장 전후를 사는 ‘오모니’: 재일한인 모성 표상의 계보학_ 정호석
1. 일본 사회 속 ‘오모니’
2. ‘오모니’의 중층성과 오모니 담론 읽기: 기억, 호칭, 표상 그리고 실천/수행
3. 김희로 사건과 ‘오모니’: ‘조선인 오모니’와 ‘민중 오모니’의 부상
4. ‘오모니’라는 타자와 일본 사회: 한인 1세 여성의 이질성을 자리매김하기
5. ‘오모니’와 ‘나’: 조선의 시정/미감이라는 질문
6. 경계를 넘는 ‘오모니’: 시민운동과 함께, 주류 문화 속으로
7. 전후 오모니 담론의 역사적 의의와 과제: 풍성함, 새로움 그리고 소비되는 어머니상

6장 도래하는 ‘자이니치 1세’_ 정호석
1. ‘책’ 혹은 타자/이방인의 도래
2. 책으로 도래하는 1세
3. 두꺼운 신서와 큰 사진집으로 찾아온 1세
4. 책이 매개하는 삶과 기억
5. 책이 전하는 ‘1세 할머니들’과 지역 운동: 삶의 표현과 기억의 이월
6. ‘자이니치 1세’의 새로운 도래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