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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을 말하다 경빈 엄마 전인숙
(부제) 4.16구술증언록 단원고 2학년 4반 11권
4.16기억저장소
한울 / 2019-04-16 발행 / 신국판 / 반양장 / 212면 / 12,000원
ISBN 978-89-460-6734-9 04300
분야 : 사회학, 문예·대중물, 교양도서
 
  진실로 다가갈, 생생한 100권의 증언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그날의 참사는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촛불의 불씨가 되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시계가 멈춘 지 5년이 지났건만 참사 피해자들의 목격과 경험담은 국가 기관과 언론의 공식 기록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왜곡되었으며, 유가족들의 염원인 진실 규명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4·16 구술증언록 『그날을 말하다』는 4·16기억저장소(소장 이지성, 도언 엄마) 구술증언팀(책임 이현정,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이 2015년 6월부터 4년간에 걸쳐 진행한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구술증언 사업의 결과물이다. 피해자 가족 88권, 잠수사 4권, 동거차도 어민 2권, 유가족 공동체 단체 6권 등 100권으로 구성될 이 책에는 그동안 왜곡되고 알려지지 않았던 참사 발생 직후 팽목항과 진도, 바다에서의 초기 상황에 관한 중요한 증언이 포함되어 있다. 이 구술증언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부모들의 구술은 자녀를 잃은 후, 잔인하고 애통한 시간을 보내며 그 누구보다 강인한 정치적 주체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유가족의 경험과 마음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이 책은 구술자들의 발화를 그대로 전사함으로써 그들의 육성을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노력했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술을 되도록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려 함으로써 그들의 기억과 경험이 지니는 개별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국가의 기억 왜곡에 맞서는 자발적 저항의 목소리

4·16기억저장소의 구술증언 사업은 2015년 6월부터 다양한 학문 분야 구술 연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었다. 이 사업은 세월호 참사를 좀 더 정확히 다각적으로 기록하고 기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수행되었다. 2014년 4월 16일 참사 발생 이후, 피해자들의 목격과 경험담은 안타깝게도 국가 기관과 언론의 공식 기록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왜곡되었다. 그것은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안긴 죽음과 고통의 충격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끔찍한 비극이었다. 이 비극을 극복하고자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구자들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생존자 가족, 동거차도 어민, 잠수사 등등, 참사의 초기 과정을 직접 경험한 분들의 증언을 먼저 수집했다. 이 사업의 취지와 방식에 개인적으로 동의한 분들 중에서 구술자를 선정했으며, 참여 과정에 어떠한 금전적 보상이나 이익이 제공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4·16 구술증언록 『그날을 말하다』는 국가와 언론의 기억 왜곡에 대한 참사 피해자들의 자발적 저항의 산물이다.


기억과 경험의 개별성을 강조한 구술집

구술 수집은 매회 약 2시간씩 3회에 걸쳐 음성 녹취와 영상 촬영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증언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면담자들은 큰 틀에서 공통 질문지를 사용했다. 공통 질문지의 내용은 참사와 구술자 간의 관계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유가족의 경우 1회차 구술에서 ‘참사 이전의 삶, 팽목항과 진도에서의 경험, 자녀에 대한 기억’을 다루었다. 2회차 구술에서는 ‘참사 이후 투쟁과 공동체 활동 경험’을 주로 물었고, 3회차 구술에서는 ‘참사 이후 개인 및 가족이 경험한 삶의 변화와 깨달음, 자녀의 현재적 의미’를 중심으로 했다.
이처럼 증언 내용은 참사 이전에서 시작해 참사 발생 당시의 경험과 이후의 변화 과정까지 폭넓게 수집했다. 면담자는 구술을 채록하는 과정에서 구술자의 발화를 최대한 존중하고자 했으며, 각자의 특수한 경험과 다른 시각을 충실히 반영하고자 했다.

피해자 가족의 고통과 기념비적 투쟁의 삶
88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원고 학생 유가족의 구술증언에는 그동안 상세히 전해지지 않았던 그들이 겪은 고통의 실상, 진도에서의 경험, 그들의 ‘기념비적 투쟁의 삶’, 그리고 생각의 변화가 알알이 담겨 있다. 구술증언은 피해자 가족들의 아이에 대한 그리움과 세상에 대한 분노, 억울함 등이 단지 정신적인 상실의 고통을 넘어 다양한 신체적 이상을 동반한 몸의 고통으로까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이 기억하는 2014년 그때의 진도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과는 사뭇 달랐다. 무능과 무책임의 현장, 구조를 지연시키는 듯한 해경, 거짓들, 난민 취급당한 기억, 죽음에조차 무례했던 국가의 실상, 은밀한 사찰의 기운들에 대한 그들의 기억은 언론이 보도했던 것들과도, 정부나 고위급 인사들이 발표 또는 ‘증언’했던 것과는 달랐다. 이들의 기억은 그동안 국가와 사회가 주조했던 공식 기억과는 그 진실성 면에서도, 현장성 면에서도 크나큰 차이를 나타냈다. 4·16구술증언록 『그날을 말하다』에 담겨 있는 그들의 기억은 권력의 세계와 법 체제의 테두리를 넘어 현장에서 살아 숨 쉬는 진실 규명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하나의 출발이기도 하다.

희생을 고발당한 잠수사들
현장을 통제하거나 상부에 보고하는 역할에 그쳤던 해경과 달리, 개인 장비들을 들쳐 메고 참사 현장으로 들어간 민간 잠수사들은 아이들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건 잠수 수색을 3개월 이상 이어갔다. 그러나 해경은 국가를 대신해 희생자들을 가족의 품에 안겨준 이 잠수사들을 잠수사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물어 고발했고, 잠수사들은 무죄 판결을 받을 때까지 지난한 법정 다툼에 휘말려야 했다. 참사 초기 시신 수습의 현장의 실상과 함께, 바닷속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올 때의 괴로운 기억과 잠수병에서 비롯된 숱한 신체 이상으로 더는 정상적인 삶을 이어가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이 속속들이 담겨 있다.

가려진 피해자, 동거차도의 주민들
동거차도의 어민들은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선박용 기름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2014년과 2017년 두 해에 걸쳐 기름유출 피해를 입은 동거차도의 어민들에게도 국가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존재일 뿐이었다. 참사가 발생하자 이들은 자신의 일처럼 배를 몰고 세월호 현장으로 달려갔고 2014년 내내 주변 섬들을 뒤지며 수색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희생은 지워진 채 마치 사리사욕을 위해 무리한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들로 취급받았다. 4·16 구술증언록 『그날을 말하다』에는 참사의 또 다른 피해자인 동거차도의 주민 13인이 그날 이후 겪어낸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가족 공동체가 만드는 성장의 기록
4·16기억저장소, 4·16합창단,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4·16엄마공방, 4·16희망목공협동조합, 4·16TV 방송이 제공하는 구술증언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투쟁이 집회나 시위를 넘어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공동체 운동의 수준으로 성장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4·16 구술증언록 『그날을 말하다』는 이 공동체 운동들의 성립 과정과 운영, 구체적인 활동, 활동 과정에서 일어난 구성원들의 변화 등을 세세히 담고 있다. 참사 후에 마주치는 지옥과도 같은 현실을 뛰어넘어 ‘트라우마 후 성장(PTG: Post Traumatic Growth)’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의 증언은 리베카 솔닛이 말하는 ‘재난 유토피아’의 현장 그대로를 상징한다.


25인의 헌신으로 빚어낸 100권의 증언

사업 책임자 이현정 교수를 비롯한 23명의 연구자와 2명의 섭외 협조자들의 ‘실천’은 4·16 세월호 참사에 대한 연구자들의 ‘학문적 응답’이다. 4·16 구술증언록 『그날을 말하다』는 인류학, 여성학, 역사학, 기록학 등의 학문적 융합, 개별 연구자들의 자발성과 최소한의 규율성의 조화, 피해자들과의 새로운 결합 방식의 창출 등 내부의 여러 과제를 극복하며 이룬 성과다. 프리모 레비가 평생을 바쳐 홀로 아우슈비츠를 증언했다면, 구술증언록 사업을 전개한 23명의 연구자들은 4·16 구술증언록 『그날을 말하다』를 통해 세월호 참사와 피해자들의 실재를 기록해냈다. 이 책은 내용과 형식, 책을 만든 이들의 학문적 실천이라는 면에서 4·16 이후 우리 사회가 고민하며 걸어가야 할 하나의 길을 보여준다.


기획 편집

4·16기억저장소
4·16기억저장소는 유가족과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기억공동체이다. 304명의 꿈이 빛이 되어 세상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4·16기억저장소는, 세월호 참사 이후 참사를 온전히 기억하기 위해 기록을 남기고 남겨진 기록을 역사로 전하기 위해 오늘도 활동하고 있다.


추천의 글
너무나도 마음이 아파서 들추어내기 싫어하는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그 아픔과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자 함이며, 안전한 사회에 대한 염원이 너무나도 간절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에게서 세월호 참사가 잊힐 무렵 『그날을 말하다』는 교육적·역사적·상징적인 가치를 더해 기록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전 운영위원장 단원고등학교 2학년 7반 전찬호 아빠 전명선

『그날을 말하다』는 사랑하는 아이를 떠나보내고 국가의 권력에 맞서 처절하게 싸워야 했던 엄마, 아빠들의 생생한 구술증언이다. 이 기억을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다시는 국가가 국민을 억울하게 희생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국민이 주인 되는 대한민국이 되어 하늘을 밝히는 별이 된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진실 규명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