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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생태학: 정보의 오염과 지식 기반 저널리즘
(원제) Informing the News: The Need for Knowledge-based Journalism
토머스 패터슨 지음 / 오현경 옮김
한울 / 2018-08-31 발행 / 변형신국판 / 양장 / 272면 / 29,000원
ISBN 978-89-460-6540-6 03300
분야 : 언론학
총서 : 방송문화진흥총서 (183)
 
  ■ 뉴스는 왜 의심스러운 출처가 되었을까
■ 하버드 대학 토머스 패터슨 교수가 진단한 언론 보도의 문제와 해법

“뉴스(신문)에서 봤는데”라는 말이 주장의 신빙성을 그럴듯하게 뒷받침해주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그런 수식을 달았다가는 상대의 의심만 키우기 쉽다. 오늘날 언론 보도는 사람들에게 믿을 만한 출처가 되지 못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는 더 민주적인 공간이 되었을까?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오히려 더 혼란스럽고 시끄러워진 공론의 장이다.
<뉴스 생태학>은 오늘날 신뢰성을 상실하고 위기에 빠진 언론의 문제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잘못된 정보는 왜 여과 없이 보도될까? 단지 언론이 부주의해서일까? 넘쳐나는 정보와 속보 경쟁 속에서 기자는 과연 잘못된 정보를 걸러낼 수 있을까? 상반된 입장을 공평하게 소개하는 것이 진실을 전달하는 방편이 될 수 있을까? 기성 언론이 문제라면 시민 저널리즘이 대안일까? 하버드 대학의 토머스 패터슨 교수는 이 책에서 언론이 갈수록 늘어나는 오염된 정보를 걸러낼 역량, 즉 지식 기반이 부실한 탓에 잘못된 보도를 하고 이 때문에 결국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잃어 그 존재 기반을 위협받고 있다고 밝힌다. 이에 대해 지식 기반 저널리즘이라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앞선 질문들에 답한다.


■ “지식이 보도를 진실케 하리니”
■ 정보의 오염과 지식의 부족은 어떻게 뉴스 생태계를 훼손하는가
■ 토머스 패터슨 교수가 밝힌 보도의 문제와 저널리즘 위기의 해법

1990년대 미국 언론이 주목한 주제는 ‘범죄’였다. 뉴욕의 연쇄살인범 조엘 리프킨 체포, 부모를 살해한 메넨데스 형제 재판,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진 12살짜리 폴리 클라스의 납치와 살해, 그리고 롱아일랜드의 통근 열차 총기 난사 사건 등 세간의 이목을 끈 일련의 사건들은 그러한 경향을 더욱 부추겼다. 범죄 뉴스는 1992~1994년에 경제, 보스니아의 위기, 의료보험개혁 논쟁 등 그 밖의 사회적 쟁점을 모두 덮으며 무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이 사회적으로 미친 영향력은 가볍지 않았다. 1994년에 실시된 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 40%가 미국의 주요 쟁점으로 범죄를 꼽았다. 이러한 여론에 정치인도 호응했다. 입법자들은 더 가혹한 처벌 방침을 제정하고 교도소 건설에 미국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자금을 할당했다. 10년 만에 미국은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의 비율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거기에는 언론이 건너뛴 한 가지 ‘팩트’가 있었다. 하버드 대학의 토마스 패터슨(Thomas E. Patterson) 교수는 그의 책 <뉴스 생태학: 정보의 오염과 지식 기반 저널리즘>(오현경 옮김, 한울엠플러스 펴냄)에서 “범죄에 대한 광분은 미디어 논리라는 관점에서만 이해가 가능했다”고 밝힌다. 이 책에서 인용한 미 법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폭력범죄율을 포함한 범죄율은 뉴스 매체가 전달한 인상과는 반대로 1992~1994년에 오히려 감소했다. 언론의 선정주의적 범죄 뉴스로 말미암아 범죄에 대해 진실과는 다른 믿음이 대중 사이에 형성되었고, 더 많은 교도소와 더 긴 형량을 원하는 여론에 떠밀려 국가 정책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언론과 정치에 대한 날카롭고 독창적인 분석으로 미국 안팎에서 영향력을 쌓아온 토머스 패터슨은 현재 하버드 대학 존 F. 케네디 스쿨의 쇼렌스타인 언론·정치·공공정책 센터에서 정치와 언론 분과 전담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번에 그는 <뉴스 생태학>에서 오늘날 언론이 위기에 빠진 원인과 그 해법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그는 오늘날 저널리즘의 가장 큰 결함으로 ‘정보의 오염’을 꼽는다. 언론이 오염된 정보를 적절히 걸러내지 못함으로써 잘못된 뉴스로 현실을 왜곡했고, 이 때문에 분열되고 소란해진 공론장 속에서 언론이 점차 대중의 지지와 신뢰를 잃어 존재론적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그는 언론이 인터뷰와 관찰에 의존해 보도하는 기존 저널리즘 방식으로는 현재의 결함을 결코 메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언론인 스스로 가려낼 수 있어야 하고, 최초 관찰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검증과 해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패터슨 교수가 궁극적으로 강조하는 바는 언론이 행하는 일이 더욱더 ‘지식’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무비판적으로 안전하게 객관성만 유지하려는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정보의 오염’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으며, 따라서 지식을 기반으로 보도에서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지식 기반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것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앞서 예로 든 범죄 관련 기사에서 기자가 처참한 범죄 현장의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고 정부의 범죄 대응책을 비난하는 야당 정치인의 인터뷰를 싣기에 앞서, 미국 법무부의 범죄 통계를 찾아보고 실제 범죄 발생 양상에 대해 좀 더 사실에 근거해 검토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물론 그렇게 쓴 기사는 인기가 없을 수 있지만, 잘못된 보도가 반복되었을 때 궁극적으로 언론이 감당하게 될 대가는 더 비싸다.
패터슨 교수는 특히 언론의 무비판적인 객관성 유지와 지식의 부족이 공존하는 상황을 강하게 지적한다. 자신이 보도하고 있는 사안의 진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서로 다른 관점을 균등하게 제시하고 사안의 진실을 독자나 시청자가 판단할 몫으로 내버려두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패터슨 교수는 현재의 저널리즘 환경에서는 이처럼 객관성 유지라는 명분으로 사실관계에 대한 검증 없이 잘못된 주장을 그대로 인용할 위험이 크다고 말한다. 따라서 정보원에게 휘둘리거나 언론인 자신의 고정관념에 휩쓸리지 않고 잘못된 올바른 정보를 선별함으로써 진실을 전달하려면, 결국 보도 행위 전반이 철저히 지식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패터슨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지식은 단순히 기사 내용을 구성하는 요소가 아니라 “기자가 자신의 설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균형 감각을 지니고 대응하고 있는지, 그럴듯한 대안들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지, 귀인 오류를 피하고 있는지, 정보원의 조작을 막고 있는지, 자신의 추세 분석 및 비교가 올바른 목표를 향하고 있는지, 자신이 당연하게 여기는 가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지”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도구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지식 기반 저널리즘’은 단순히 더 많이 아는 기자가 자신의 보도에 지식을 더 많이 주입하는 차원이 아니라, 보도 행위가 이러한 ‘지식의 역할’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언론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언론이 해온 역할의 상당 부분을 오늘날에는 각 분야 전문가나 시민들이 인터넷을 활용해 수행함으로써 얼핏 언론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듯 보인다. 실제로 대중이 사회문제에 관해 오늘날만큼 방대한 정보에 접근해본 적도 결코 없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패터슨 교수는 한편으로 이토록 많은 정보가 신뢰할 수 없거나 무의미한 적도 결코 없었다고 말하면서, 정보가 더 쉽게 생산되고 공유되는 환경 때문에 오히려 시민들은 이전보다 언론인을 더욱더 필요로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인용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예상과는 반대로’ 긴 기사, 즉 더 깊이 있는 기사가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일반적으로 뉴스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뉴스에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이들일수록 보도 품질의 저하로 신문 구독이나 뉴스 청취를 중단하는 경향을 보였다. 오늘날 언론이 호소하는 재정적 어려움의 해결 역시 “고품질의 보도를 제공할 능력에 달려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다.
패터슨 교수는 또한 시민 저널리즘이 기성 언론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신뢰할 만하며 의미 있는 뉴스를 정기적으로 공급한다는 측면에서는 이를 제공할 능력을 가진 단 하나의 기관이 있는데, 그것은 기존 뉴스 매체다. 그들은 스스로 ‘사실의 관리인’이라는 책임을 부과하는 규범뿐 아니라, 필수적 기반 시설, 인적 자원, 조직적 일과까지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다. …… 우리는 전문적인 보도와 비전문적인 보도 각각의 장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복잡한 정치적 사안에 관한 정보의 명확한 서술이 민주주의에서 중요하다면, 시민 기자들은 한 집단으로서 전문적인 기자들의 빈약한 대용품이다.”
물론 이는 언론이 올바른 정보를 선별해 진실에 부합하는 고품질의 보도를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책에서 패터슨 교수는 기성 언론이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할 의무보다 이윤과 편의성을 너무 자주 앞세웠다고 비판한다. “유명 인사와 재난 및 범죄에 집착하고, 정책 문제와 쟁점에 대한 보도를 훼손하면서 전략적 프레임에만 의존하며, 사건을 탈맥락화하는 버릇을 비롯한 저널리즘의 경향성은 뉴스가 할 수 있는 한, 그리고 응당 그래야 하는 만큼 정보 제공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고 주장한다. 결국 오늘날 변화한 저널리즘 환경에서 언론이 자신의 역할을 다해낼 수 있을지는 궁극적으로 ‘지식’을 통해 사실에 대해 더 많은 통제를 가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 “만일 기자들이 제시한 일련의 ‘사실들’이 대중에게는 토크쇼 진행자나 블로거, 정당 대변인이 제공하는 것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 기자들은 흔들리고 결국 실패할 것이다.”
<뉴스 생태학>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로 소개한 오늘날 미국 언론의 현실은 한국 언론 역시 그대로 경험하고 있는 바다. 2017년에 한국행정연구원 주관으로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문사’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9%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만 놓고 볼 때 한국에서 신문사는 중앙정부 부처와 종교기관(이상 41%), 심지어 군대(43%)나 금융기관(52%)보다 더 신뢰받지 못하는 기관인 셈이다(그나마 국회보다는 신뢰도가 높았다). 이제 어떤 사실관계를 놓고 누군가와 충돌할 때, 자신의 주장이 옳음을 증명해주는 기사를 찾아 상대에게 보여줘도 상대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유튜브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영상을 검색해 보여주는 것으로 맞선다. 뿌듯한 표정을 애써 감추고 있는 상대에게 다시 어떤 자료를 제시할 수 있을까?
패터슨 교수는 오늘날 심각한 신뢰성 위기에 빠진 언론을 구할 방법으로 지식 기반 저널리즘을 제안한다. 지식 기반 저널리즘이라는 대안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그가 정보의 오염에 관해 지적하고 정보원과 지식, 교육, 수용자, 민주주의 등 넓은 차원에서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고민한 결과는 ‘기레기’, ‘찌라시’라는 불명예스러운 호명으로 얼룩진 한국 언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패터슨 교수가 반복해서 강조한 대로, 오늘날이야말로 언론의 역할이 더욱더 절실하며 그 역할을 올바로 해내기 위한 성찰과 변화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미국의 전설적인 언론인 월터 리프먼이 말한 대로 “타당하고 믿을 만한 뉴스를 꾸준히 공급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에 대해 가장 날카로운 비평가들이 의혹을 제기해온 것들은 모두 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서장 정보의 오염
1장 정보의 문제
2장 정보원의 문제
3장 지식의 문제
4장 교육의 문제
5장 수용자의 문제
6장 민주주의의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