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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날의 풍경
박래부 그림과 산문
한울 / 2017-12-06 발행 / 변형신국판 / 반양장 / 232면 / 19,500원
ISBN 978-89-460-6407-2 03810
분야 : 대중문화·미학, 문예·대중물
 
  | 그리움이 선사한 화가의 길
| 현실을 다독이던 기자에서 그리움을 쓰는 화가로

그림에 대한 나의 서툰 열망은 원래부터 본능적인 욕구였던 듯하다. 나는 ‘그리다’와 ‘그리움’을 동시에 붙잡으려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또한 글을 쓴다. _10쪽, 프롤로그

원칙에 충실한 기자 교육으로 ‘기자 사관학교’로도 불렸던 한국일보의 노조는 2017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거행했다. 김훈 선생과 함께 1986년 5월부터 1987년 8월, 1988년 10월부터 1989년 5월까지 문학 기행을 연재했고, 1990년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박래부 선생도 밝은 웃음으로 그 자리를 빛냈다.
“신문은 약자의 반려”라는 언론 정신을 새기며, 오늘도 언론민주화를 위해 한결같은 모습으로 고민하는 저자는 그리움에 이끌려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움은 가시지 않고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것도 같다. 그리움은 미화되거나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서, 그냥 지니고 살아야 하는가 보다. _ 229쪽, 에필로그

현실을 바라보던 열안의 기자에서 풍광을 느끼는 심안의 화가로 변모한 저자는 동경과 희망의 풍경을 그림과 글로 잔잔히 담아냈다. 책에 담긴 그림은 2017년 12월 6일부터 11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박래부 개인전’을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 그리움 속으로 떠나는 긴 여로의 시작

중고생 시절, 저자가 매일 아침 도착해 통과의례처럼 거쳐 가야 했던 서울역은 삶 속으로 떠나는 긴 여로의 시작이었다. 이 책의 여정 역시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별과 재회가 반복되어온 서울역에서 시작한다.

나는 전부터 서울역을 그리고 싶었다. 그 역에는 중고등학생 때의 추억이 깊고도 진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시골에서 올라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일 아침저녁으로 서울역을 거쳐 학교에 다녔다. 기차 통학생이었다. _24쪽, 서울역, 긴 여로의 시작

미술 교사가 설명하는 수채화 기법을 하나하나 새기며 미술 시간에 빠져들던 중학생은 훗날 형에게 물려받은 유화 도구를 다루며 그림 주변을 맴돌았다. 문화부 미술 담당 기자로서 수많은 예술인들을 만나 취재하는 중에 깨어난 그리움은 큰아이의 학부모 작품전시회를 계기로 다시 붓을 들게 했다.

나는 대학에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는 내게 중요했던 자산은 중학 시절의 미술 시간, 친형의 한두 마디 지도, 미술 담당 기자로서 화가와 그들 작품을 통해 감각 익히기 등이었다. 거기에 단기간으로 끝난 안양 일요화가회 활동과 친구 화실에서의 작업, 역시 얼마 못 가 그만둔 대학의 소묘 도강 등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배회했던, 다소 씁쓸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_13쪽, 프롤로그

그 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그림을 다시 시작했고, 신문사 문화부에서 미술 담당 기자를 한 것도 그리기를 지속적으로 충동질했을 것이다. 당시 나는 화가라는 직업이 부러웠고, 그들에게서 배운 것도 많다. _226쪽, 에필로그

천부적인 감성과 미술 담당 기자로서 익힌 후천적 배움은 기자 박래부를 작가 박래부로 더 나아가 화가 박래부로, 저자의 삶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켰다. 그러므로 12월 6일 열릴 저자의 개인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화가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 낯익고 평범한 곳에서 찾아내는 아름다움

저자가 그린 50점의 작품과 그때그때의 소회를 편안하게 풀어낸 글에는 “누가 다치지 않도록 날을 죽여 구체적으로” 펜의 힘을 발휘해온 저자의 성정이 그대로 배어 있다. 복숭아밭, 수련, 남산과 도서관, 바닷가, 성당과 사찰, 고궁, 친구가 머무는 독일 마을, 필리핀의 야자나무, ‘오미신유(午未申酉)’까지 이어진 판화 등, 저자는 낯익고 평범한 곳에서 회화적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에서 변화를 찾아내는 저자의 심미안은 그의 기자 이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뿐 아니라 체리와 관련해 버찌의 품종개량을 기대한다거나 무분별한 개발이 아닌 서정이 남아 있는 국토를 염원한다든가, 천경자 선생과의 일화를 통해 명예나 진실이 뒷전인 세태를 일갈한다든가, 비록 반달리즘으로 질타를 받기는 했지만 궁은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뚜렷한 주장 등은 요란하지 않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 향수를 자아내는 어른들의 동화책

동화책들은 재미있기는 했지만, 활자로만 채워진 지면을 여러 페이지 읽는 것은 지루하기도 했다. 읽는 것이 지루해질 때쯤 삽화 페이지가 나왔다. 삽화를 맞을 때의 반가움과 즐거움을 기억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어린이용 책은 동화뿐 아니라 만화는 물론이고 잡지까지 모두 글자와 그림이 함께 있었다. 삽화는 어린이에게 반가운 휴식의 공간이자 동화의 이미지를 구체화해주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독자의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와 회귀본능에 기대어, 이 작은 책이 어른에게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_12쪽, 에필로그

저자는 그림을 중심으로 글을 풀어내어 다소 어수선한 책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과장되지 않은 문체와 쉽고 편안한 그림은 저자의 바람대로 타인의 공감을 얻어, 향수를 자아내는 동화책으로 어른들에게 친근히 다가갈 것이다.
 
  프롤로그: 멀어지는 만큼 그리워진다
서울역, 긴 여로의 시작
오랜 이상향, 복숭아밭
동서양의 수련
남산타워 아래 도서관
바닷가, 자유
세 여성, 양귀비·신사임당·천경자
독일 마을에서 며칠 밤
공세리성당과 길상사
고궁, 경희궁에 대한 추억
야자나무와 필리핀 사람들
판화, 새해 인사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