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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경제학: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바다를 건너기 위하여
조윤제 지음
한울 / 2017-10-16 발행 / 변형국판 / 양장 / 336면 / 26,000원
ISBN 978-89-460-6393-8 03300
분야 : 경제학
 
  _ 고성장의 순풍이 멈춘 한국 경제
_ 저성장의 소용돌이를 견뎌낼 새로운 배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첫 주미 대사로 임명된 조윤제 교수가 오랜 기간 경제학자로서 한국 경제를 마주하며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찾고자 분투해온 결과물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한국 경제를 둘러싼 현실을 분석하면서 한국 경제가 더는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누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책의 제목이 ‘성장의 경제학’이 아니라 ‘생존의 경제학’인 이유는 그가 진단한 한국 경제의 병세가 그만큼 위중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를 맞아 고성장에 길들여진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 저성장 속에서도 국가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며 국민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특히 경제 정책·제도 등 경제적 기반과 함께, 그것이 실현되는 바탕인 정치, 사회문화, 시민의식 등 경제 외적 기반에서도 문제의 원인을 찾아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_ 낡은 배로는 저성장이라는 낯선 바다를 건널 수 없다
_ 조윤제 교수가 말하는 한국 경제의 문제와 해법

“한국 경제의 고성장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 세계경제의 큰 흐름, 국내 경제·사회의 구조적 요인들의 진행을 볼 때 이제 우리 경제는 과거와 같은 성장률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시대의 과제는 한편으로는 잠재성장률의 빠른 하락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고성장 없이도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_ 25쪽

세계은행과 IMF의 이코노미스트로,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주영국 대사로, 그리고 대학 교수로 현장과 연구실을 오가며 오랜 기간 한국 경제의 여러 국면과 마주해온 조윤제 교수가 올해 정년퇴임을 맞아 그동안 천착해온 주제들을 정리하고 다듬어 『생존의 경제학: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바다를 건너기 위하여』를 출간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소장을 맡아 새 정부 경제정책의 청사진을 그리는 데 중추적 역할을 맡기도 한 조윤제 교수는 문재인 정부 초대 주미 대사로 임명되어 2017년 10월 부임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그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남기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책 제목에 담긴 ‘생존’이나 ‘저성장’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듯, 이 책에서 분석한 한국 경제의 현실은 어둡다. 물론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어두운 현실은 굳이 말로 풀지 않아도 우리 국민 대다수가 이미 몸소 느끼고 있는 바다. 실제로 이러한 현실은 여러 수치와 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경제성장률은 2010년 이후 세계 평균을 밑돌고, 소득격차나 가계부채, 청년 취업률, 노인 빈곤율, 사회적 신뢰도 등을 나타내는 지표는 실로 암담한 수준이다. 저자는 “한국 경제의 고성장 시대가 이미 막을 내렸다”고 선언하면서, “세계경제의 큰 흐름, 한국이 안고 있는 구조적 요인을 종합해볼 때 경제성장률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늘날 한국 경제의 문제를 하나씩 짚어가면서 저자는 무엇이 문제의 원인이고, 어떻게 해야 그러한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 조금은 색다른 접근법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경제의 발전과 융성, 쇠락은 모두 경제제도, 경제정책과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그것은 그러한 경제제도와 경제정책이 태동하고 추진될 수 있었던 시대적·사회적 배경과 그러한 제도 및 정책에 반응하는 시장 주체의 가치·의식 체계, 그리고 그러한 가치·의식 체계와 생활문화를 가져온 역사적 배경과 국내외 정세, 권력구조의 토대,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 등 경제 외적 기반과 맞물려 일어나게 되는 것”이라며, “특히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중심경제가 아니면서 개방도가 매우 높은 주변경제인 한국 경제의 흐름은 세계경제 환경, 지역·국제 정세의 흐름과 분리해 이해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즉, 오늘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으려면 세계경제의 흐름과 그 속에서 벌어진 한국 경제의 발전 과정을 이념적·감정적 프레임을 걷어낸 채 사실 그대로 들여다봐야 하며, 경제제도와 경제정책은 국가지배구조나 정치문화, 사회적 제도에 따라 그 방향과 영향, 효율에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므로 지금의 경제문제를 이야기할 때 국가지배구조나 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분석하는 일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 책의 내용과 구성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크게 2부로 나뉜 책에서 저자는 먼저 한국 경제·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한국 경제의 발전 과정, 국제 정치·경제의 환경 변화, 국가지배구조와 다양한 사회적 제도의 측면에서 분석하고, 이어서 한국 경제·사회가 지금과 같은 정체에서 벗어나 성장 잠재력을 높이며 저성장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길을 ‘경제적 기반’과 ‘경제 외적 기반’의 동시적·종합적 개선이라는 틀에서 제시한다.


_ 고도성장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
_ 우리는 왜 이토록 무거운 짐을 안게 되었나

책에서 조윤제 교수는 오늘날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무거운 짐’으로 저출산과 고령화, 소득격차의 확대, 낮은 생산성, 과다 부채, 중국 경제의 추격, 높은 부동산 가격, 부의 대물림, 계층 간 이동성 축소, 기득권 세력의 유착·담합 구조 고착화를 든다. 이로써 한국 경제가 동력을 잃고 저성장의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한국 경제가 그러한 짐들을 떠안은 원인이 하나씩 소개된다. 여기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가 어느 날 갑자기 생성된 것이 아니고 우연히 우리에게 나타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이 당면한 문제는 종적(縱的)으로는 한국의 역사적 과정, 횡적(橫的)으로는 국제 정세 및 세계경제 환경과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먼저 국제 정치·경제의 흐름 속에서 한국 경제의 변화 과정을 설명한다. 요컨대, 지난 100년간은 일본과 미국 경제, 그리고 지난 20여 년간은 중국 경제가 걸어온 길이 한국 경제의 성장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1930년대 만주 및 중국 대륙에 대한 일본의 침략, 제2차 세계대전 이후 GATT 및 브레턴우즈 체제, 미국의 개도국 원조 방식, 1960년대 이후 베트남 전쟁, 중동의 석유달러와 유로달러 시장의 성장, 1990년대 이후 중국과 신흥국의 부상 등이 한국 경제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직접적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한국 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는 스스로 발전의 길을 개척했다기보다 남들이 열어놓은 길을 열심히 뒤쫓은 결과였으며, 그 발전의 핵심은 ‘선진’이 아니라 ‘추격’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 요인들이 한국 경제를 어두운 현실로 이끌었다고 설명한다.

“앞선 나라들을 열심히 따라왔지만 이들을 앞서나갈 방도는 준비하지 못했고, 창의적인 길을 개척할 만큼의 지식수준을 충분히 쌓지 못했으며, 국민적 단결력도 갖추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70년간 빠른 추격과 눈앞의 성과에만 매달려 달려오면서 쌓인 내부의 모순과 기형, 갈등이 지금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이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 최고의 자살률, OECD 국가 중 최고의 사기 범죄율, 이혼율, 낙태율, 산업재해 사망률, 최저 수준의 사회적 신뢰도라는 지표로 나타난다. 청년들은 이 사회를 ‘헬조선’이라 부르고 있다. 정치는 1987년 이후 민주정치체제를 회복하고 민주주의에 진전을 보았으나, 그 내용은 여전히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 구석구석에서 자라난 갈등과 모순, 부정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상징이 되고 있다. 시장은 한국적 특이성을 가진 기형적 자본주의를 발전시켜왔으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장점을 향유할 수 있게 해주는 시장의 자율 감시 기능, 내부 규율 장치는 결여되어 있다. 담합과 유착이 시장의 기능을 제한하고, 재벌에 의한 독과점, 일감 몰아주기는 시장의 생태계를 고사시켜왔다. 한국이 달리기 시작할 때 잠자고 있던 중국과 인도 등 이웃 아시아 국가들과 신흥경제국들이 깨어나 이제는 우리를 빠르게 추격하며 우리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_ 39~40쪽

저자는 지금 한국 경제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과제는 시장구조 개혁, 소득분배 개선, 공정거래 질서 강화, 그리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제도 혁신, 사람에 대한 투자 확대, 각 분야 및 각 단계에서의 경쟁 강화, 지대추구 행위 축소 등을 통해 과거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끈 가장 큰 동력인 사회적 역동성을 회복하고 경제생태계를 부활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득 양극화를 부추기고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현재의 임금체계와 노동시장 환경을 개선하고, 재벌의 순환출자와 일감 몰아주기를 제한해 중소기업이 재벌 대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주며, 연금제도를 강화해 심각한 노인 빈곤율을 완화하고, 세정 강화와 세원 확대를 통해 재정과 세제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책 제목부터 ‘경제학’인 만큼 이러한 경제적 기반 개선 방안에 관한 설명은 이 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많은 독자들은 그것에 이어지는 다음과 같은 내용에 더 눈길이 갈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 경제가 큰 짐을 안게 된 것이 그동안 우리가 취해온 제도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세계에서 좋다고 하는 제도는 거의 다 모방하고 도입해왔지만, 그러한 제도를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문화, 습속, 의식, 관념은 들여오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제도의 형식과 내용만 들여왔고, 더욱이 그러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비용과 고통을 감내하려 하지도 않았다는 데 문제의 주된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발생한 제도와 현실의 괴리 탓에 우리가 가진 제도로써 우리가 안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선진국에서는 오랜 역사 속에서 혁명과 전쟁, 대공황 등을 거치며 수많은 인명의 희생을 통해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지탱해주는 시민정신과 질서, 규율을 뿌리내려왔다. 하지만 20세기 초까지 신분과 계급이 엄격하게 정해진 전제 왕정의 백성으로, 1910년 이후 1945년까지 일제의 압제하에 일왕의 신민으로 살아온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잘 인식하지도 못한 가운데 갑자기 신생 민주주의 공화국의 시민으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제헌국회의 헌법은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을 기초로 한 서양의 헌법을 모방해 도입한 것이었다. 그 법을 준수하고 그 법 속에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국민에게 그러한 헌법, 국가체제, 권력구조, 통치형태가 도입된 것이다. 이것이 순조롭게 작동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편법과 탈법이 판치고 법과 현실의 관행이 괴리되어 법과 질서를 지키는 사람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경쟁력을 지니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_ 34~35쪽

이는 ‘경제 외적 기반’의 취약성으로 요약된다. 저자는 ‘경제 외적 기반’ 중 특히 정치, 국가지배구조, 관료 시스템의 취약성이 가장 큰 장애 요인이라고 설명하면서, 중국의 부상, 세계화의 추세와 이에 따른 국내 경제구조의 변화 등 국내외 상황의 빠른 변화에 따라 경제정책과 경제제도를 적시에 조정·개선할 필요성이 커졌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함으로써 한국 경제가 더욱더 깊은 정체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지금 한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경제적 기반의 개선뿐 아니라 경제 외적 기반의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또한 그렇게 해야 그 효과가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에 담긴 핵심적인 메시지다.


_ ‘87년 체제’의 수명은 이제 다했다
_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우리의 현실에 꼭 맞는 국가지배구조는 무엇인가

“지난 70년간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발전시켜온 제도와 제도 운용 방식은 이제 수명을 거의 다했다. 그것에 의존해 여기서 더 도약하여 선진 경제, 선진 사회를 이루어나가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새로운 보상·유인 체계가 도입되고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이 사회에 형성·고착된 기득권 세력의 엄청난 저항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추진하는 지도자는 그만큼 강력한 지도력과 정치적 세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 점차 강성하고 강고해진 재벌권력, 노동권력, 언론권력, 시민사회권력의 저항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국민적 합의를 모아낼 수 있는 제도적 바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지금과 같은 ‘87년 체제’가 더 이상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바로 지금의 체제에서 그러한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정부가 나오기 어렵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지난 몇 해 동안 꾸준히 개헌 논의가 제기되고 이어진 이유다. 그러면 우리에게는 어떤 권력구조, 정부형태가 바람직할 것인가?” _ 306~307쪽

저자는 한국 경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장 난 시장의 기능을 국가가 직접 나서서 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특히 재벌의 영향력에 포획되어 공정 경쟁의 토대가 무너진 시장을 복구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정치구조에서 이러한 개혁을 완수해낼 수 있을까? 임기 5년의 단임 대통령 정부가, 대를 이어 종신·세습 권력을 누리며 각계에 막대한 영향력의 그물을 형성해놓은 재벌의 권력을 넘어 국가 미래를 위한 중립적이고 공정한 정책을 펼쳐나가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한국의 권력구조와 경제정책』이라는 저자의 다른 책에서 자세히 설명한 바 있듯이, 저자는 지금 한국의 국가지배구조가 국민이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한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행정부의 기능을 또 다른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한 국회에 큰 권한을 주어 행정부를 견제하게 함으로써 생기는, ‘이중적 민주주의 정통성’에 따른 취약점을 깊이 앓고 있다고 진단한다. 아울러 대통령(행정부)과 국회의 협력을 연결할 수 있는 어떠한 법적·제도적·관행적 장치도 갖추어져 있지 않아 국정이 마비되는 일이 빈번하다는 점 역시 문제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가 많은 시민의 희생을 대가로 발전해왔지만 실제 운용에서는 ‘형식적·절차적 민주주의’에 머물고 있으며, 국가의 주요 의사를 결정해나가는 데에 많은 비효율성과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한국이 경제·사회에 산적한 문제를 해소하고 지금 서 있는 자리보다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장점을 제대로 누릴 수 있으면서도 우리가 놓인 상황에 꼭 맞는 새로운 국가지배구조를 스스로 찾아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서구로부터 모방하고 이식해온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한국에 와서 특이한 양태로 작동되고 파열음을 내는 것에 대해 이제 우리의 제도와 제도 운용 방식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깊이 성찰하고 창의적으로 새로운 접근 방식을 개발해나가야 한다. 이는 자연스레 개헌에 관한 논의로 이어지게 된다. 저자는 주요 국가에서 어떤 시대적 배경하에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국가지배구조를 채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거기서 발생한 한계를 어떻게 보완해나갔는지 설명하면서, 앞으로 한국이 국가지배구조를 개편하고자 할 때에 고려해야 할 요소,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한다.
저자는 지금 한국의 정당구조와 정치적 환경, 정치문화 등 여러 면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의원내각제를 도입하면 오랜 기간 정치적 불안정을 겪고 나서야 이것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도자에 대한 기대,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 언론 환경, 그리고 우리나라가 당면한 한국의 혁신 과제들이 던지는 도전의 깊이 등을 고려하면 대통령제의 유지가 더 안정적이며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전반적 국가 질서의 혁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혁신과 변화를 이루려면 적어도 10년 정도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개혁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만큼 지금과 같은 5년 단임 대통령제는 4년 혹은 5년 중임제로 바꾸는 것이 이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대통령의 독단적인 결정, 1인 권력의 독점에서 나오는 폐해를 줄이기 위해 대통령 주위에 실질적이며 실효성 있는 자문기구를 두어 이로써 대통령의 독단에 따른 정책 결정의 오류를 견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요컨대, 대통령의 임기와 국정운영에 관한 권한을 강화하되, 국가정책 방향에 대한 대통령실의 의사 결정과 실행이 집단의 지혜와 비전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도록 소수의 전문가로 구성된 몇 개의 대통령 자문기구를 두고 행정부 내부에서 견제와 협의가 상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_ 격변의 시대, 우리에게 던져진 절박한 질문

『생존의 경제학』에서 저자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세계의 경제 상황과 정치 지평의 변화가 여러 측면에서 1930년대의 그것과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소득분배의 악화, 과다 부채, 이에 기인하는 총수요 부족, 과잉 공급, 과잉 설비, 생산성 하락으로 선진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투자와 성장의 정체, 저물가와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으며, 분배의 악화, 중산층의 붕괴, 신흥국의 빠른 부상은 각국의 국내 정치 지형뿐 아니라 세계 정치 지형의 빠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1930년대에 그랬듯이 국가 내부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그 속에서 예상치 못한 방향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리고 그 방향이 잘못된다면 개별 국가와 세계는 격랑에 휩쓸리게 된다. 영국의 국민투표에 의한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당선 등 불과 1년 사이에 벌어진 이런 일들은 모두 쉽게 예상치 못했던 것들이다.
이제 제2차 세계대전 후 새로이 형성된 국제질서는 무너졌고, 아직 이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는 형성되지 않았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유무형의 국경을 재정비하며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더욱이 동북아시아의 상황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과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세계 최강의 네 나라에 둘러싸여 향후 다극 외교로 국가의 흥망을 설계해야 하는, 위협의 시대인 동시에 기회의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제 한국 사회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정년을 맞아 연구실을 떠나기 전 저자가 경제학자로서 마지막으로 풀어내고 싶었던 방정식 역시 그것이었을 것이다.
 
  서장 / 위기의 대한민국

1부 / 한국 경제,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1장 / 경제, 역사, 시장
2장 / 세계경제 성장의 역사와 전망
3장 / 세계경제 환경과 한국 경제의 주요 변화
4장 / 21세기 세계경제 환경과 한국 경제가 직면한 도전
5장 / 한국 경제·사회가 안고 있는 짐들

2부 /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6장 / 경제적 기반과 경제 외적 기반의 동시 개선
7장 / 시장구조의 개혁
8장 / 국가지배구조의 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