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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변방으로 가는 길: 캅카스·동유럽·발칸·중앙아시아 정치·경제 현안 답사기
김병호 지음
한울 / 2017-09-22 발행 / 신국판 / 반양장 / 544면 / 34,000원
분야 : 정치·국제관계, 경제학, 지리학, 러시아연구, 유럽연구
 
  _ 유럽 변방의 중심을 파고들다
_ 유라시아를 축으로 맞춰본 국제정세의 맥락

유럽 강대국의 입장에서 보면 변두리에 있는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지역 이슈와 현지인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중앙아시아·캅카스·동유럽·발칸반도·흑해 주변에 위치한,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은 25개국의 사정을 발로 뛰며 담았다. 현직 기자이면서 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저널리스트다운 저돌성과 학자적인 치밀함으로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들의 꺼풀을 하나둘 벗겨낸다. 유라시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동서 진영의 충돌 속에서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인 약소국들이 어떠한 정략적 선택을 하고 있는지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각국 최고 지도자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도 들어볼 수 있다. 국가 생존과 주권 유지를 위해 몸부림치는 유럽 변방국들의 모습이 주변 4대 강국 및 북한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숙명과 닮았다고 지적한 저자는 유럽 변방국들이 찾은 생존법에서 한국이 나아갈 길을 찾는다.


▶ 유럽 변방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저자는 2016년 8월부터 1년간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소재 키맵(KIMEP) 대학교에서 수학하며 알마티를 베이스캠프로 해서 주변 25개국을 돌아다녔다. 답사한 대부분의 나라는 유럽 강대국 입장에서 보면 변두리에 있는 나라들이다. 이 변방국들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주로 부패와 경기 침체, 독재 정치가 만연한 모습으로 그려져왔다. 보도된 내용만 보면 당장이라도 파국을 맞을 것 같아 보이지만 저자가 직접 겪은 유럽 변방의 나라들은 정치적·사회적으로 나름대로 안정되어 있었고, 국민의 불만 정도가 선진국보다 덜하기도 했다. 이들은 스스로 처한 역사적·민족적·사회구성적 맥락에서 나름 합당한 방식을 찾아 국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서방 언론이 독재자라고 욕하는 최고 지도자에 대해 국민들은 ‘우리 대통령’이라며 칭찬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서방이 권위주의 체제로 비판해온 나라에 가보면 사회가 들썩이기는커녕 매우 안정되어 있고, 그 안에서 국민은 평안함을 누리고 있었다. 저자는 이처럼 유럽 변방에 가야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모아 답사기 형식으로 엮었다. 외국 서적이나 논문, 보도자료 등을 1차 자료로 해서 가공해놓은 책이 아니라 특정 국가나 지역 이슈에 대해 우리가 직접 현장에서 체득한 내용을 담은 책을 만들고 싶었다.


▶ 총리실과 노점을 오가는 좌충우돌 정치·경제 현안 답사기

총리실이나 고급 레스트랑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국제 정세를 논하던 저자가 사기꾼에게 돈을 뺏겨 울분을 토하거나, 환전을 잘못해 도시락 라면을 봉지에 싸들고 매연과 먼지가 가득한 길거리 헤매는 모습은 애잔하기도 하면서 웃기기도 하다. 이 답사기의 가장 큰 매력은 이렇게 고급과 저급이 오가는 가운데 그 나라의 실체가 드러난다는 데 있다. 기자이자 학자인 저자는 때로는 저돌적으로 때로는 치밀하게 정부 고위 관료와 전문가, 민중에 접근한다. 현직 총리에서부터 차기 대통령 후보, 대학 교수, 싱크탱크 소장, 택시기사, 호텔 주인, 노점상까지 각 분야의 현지인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과정에서 정부 고위 관료가 심어놓은 그 나라에 대한 환상을 민중이 깨버리기도 하고, 민중이 깨버린 조각을 전문가가 분석하기도 한다. 이미 다섯 권의 러시아 관련 서적을 집필한 저자가 보충해주는 관련 문헌들과, 직접 번역한 안내 자료 등은 이 책의 사료적 가치를 높인다.


▶ 유럽 변방에서 찾은 한국의 생존법

저자는 변방 중의 변방을 방문하기도 한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찾아 한국의 독도 문제를 그곳과 연결시킨다. 아르메니아가 고대로부터 점유해왔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소비에트 연방이 구성되면서 아제르바이잔에 넘어갔다. 나고르노-카라바흐가 아제르바이잔에 넘어간 것은 민족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자결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를 구성했던 대다수 아르메니아인들은 아제르바이잔에 속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아르메니아공화국이 소련 당국과 실질적인 동등한 주체로서 협의를 통해 영토를 넘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것이 일제강점기에 불법적인 짧은 점유만으로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유사하다면서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총리와 외교장관 등의 입장을 들어본다.
저자는 또 다른 변방 중의 변방인 몰도바 내 친러 자치공화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도 간다. 여기서는 한국의 분단문제를 병치시킨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와 전쟁을 치루면서 인명과 재산, 사회 기반시설을 많이 잃었다. 하지만 전쟁 이후 정권이 안정되면서 국지적인 무력 충돌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몰도바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 매주 국경을 넘기도 하고, 몰도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정부가 막지도 않는다. 간단한 신고만 하면 된다. 그러면서도 EU나 NATO에 들어가려는 몰도바와 정치적인 입장 차이가 분명하다면서 통일은 거부한다. 저자는 ‘닮고 싶은 분단의 모델 트란스니스트리아’라는 소제목을 붙여 이곳을 그대로 한반도에 적용시키기는 힘들겠지만, 오래된 분단 상황을 극복하는 중간 단계로서 참고할 만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처럼 변방국의 생존 방식에서 한국이 나아갈 길에 대한 힌트를 찾는다. 안보동맹 구축에서 경제 협력,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정략적인 움직임까지 유럽 변방국들이 취하고 있는 모든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기록한다. 이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주변 4대 강국과 북한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숙명과 닮아 있어 더 간절하게 읽힌다.
 
  프롤로그
1부 숨죽인 캅카스를 가다: 아제르바이잔·조지아·아르메니아
2부 친러시아 벨트를 가다: 헝가리·몰도바·벨라루스
3부 신냉전의 심장부를 가다: 우크라이나·루마니아·불가리아·리투아니아·코소보
4부 미완의 중앙아시아를 가다: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5부 반서방 주변 대국을 가다: 터키·이란·러시아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