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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
김민정, 김경미 엮음 / 최현덕, 문경희, 김민정, 김욱, 전복희, 최정원, 박채복, 김경미, 이지영 지음
한울아카데미 / 2017-07-20 발행 / 신국판 / 양장 / 328면 / 29,000원
ISBN 978-89-460-7015-8 93330
분야 : 여성학, 지역연구도서
 
  국가와 사례로 들여다본 여성 이주민의 현실


▶ 가까이 분석한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의 충돌 사례

전 세계적으로 다문화주의를 둘러싼 관심과 요구가 확산되는 한편, 그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9·11 테러 이후 꾸준히 커지고 있다. 이렇듯 다문화주의를 둘러싼 갈등을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재해석해본다는 목표 아래 열 개의 글을 묶어 책으로 내놓았다. 지은이들은 각각 해당 지역과 정치학을 공부한 전공자들로 오랫동안 여성정치연구회의에서 연구를 함께해왔다.
이 책은 이민 수용 국가들이 여성에 대한 명예살인, 성기 절제, 베일, 강제결혼 등을 다문화주의로 받아들이면서 발생한 페미니즘과의 충돌을 사례별로 하나씩 뜯어본다. 또한 다문화주의를 부정하는 경향이 강한 국가들이 동화주의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여성 이주민을 어떻게 ‘알리바이’로 활용하는지도 다룬다. 여기에는 유럽 각국과 일본 사회에서 화두가 된 사건들이 포함되며, 사건들을 둘러싼 논쟁 과정과 배경을 추적한다. 이를 통해 두 가치의 갈등 속에는 이주민 문화의 가부장적 폭력성뿐 아니라 수용국의 가부장적 분위기, 이민정책과 젠더에 대한 시각도 함께 녹아 있음을 보여준다.


▶ 다문화 속 여성은 어떻게 이중적 약자가 되었나

이 책을 관통하는 공통적인 주장 중 하나는 최대 피해자가 여성 이주민이라는 점이다. 독일은 메르켈 총리가 “물티쿨티(다문화주의) 접근 방식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선언하며 다문화주의에 대놓고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고, 이를 정당화하는 데 강제 결혼 등의 문제를 내세우면서도 여성 이주민의 실제 삶을 향상시키는 데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다문화주의를 받아들인 국가들도 여성 이주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소홀하기는 마찬가지이며, 오히려 주류 시민들의 남성 중심적 시각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문화적 항변’ 제도를 둔 미국에서는 포획 결혼을 시도한 몽족 남성과 아내를 살해한 중국계 이민자가 비교적 가벼운 형별을 받았다. 호주는 헌법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안보와 사회 통합으로 포장된 ‘호주성’, 즉 가부장적 백인 민족주의를 강화하는 데 여성의 베일 문제가 이용되면서 몇 차례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에서 대부분의 여성 이주민은 어느 한쪽의 입장에 공감하기보다는 위협감을 토로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선택이냐 강요냐의 문제가 아니며”, 그러한 논쟁이 확산될수록 자신들에 대한 비무슬림 남성의 베일 관련 폭력과 무슬림 공동체 내의 베일과 종교에 대한 압력이 모두 심해진다고 강조한다. 다문화주의를 둘러싼 갈등에서 모든 주체가 소수자의 권리를 앞세우지만, 정작 ‘소수자 속의 소수자’인 여성 이주민은 갈등과 불만이 표출되는 통로가 되어 끼인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다.


▶ 각국의 이민정책과 여성 인권의 수준을 비교해볼 기회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의 갈등 양상과 그에 대한 대처 방식은 국가마다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그들이 딛고 있는 역사와 정책의 기반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식민지 간접통치 경험이나 엘리트 중심 온정주의 영향으로 다문화주의를 수용한 역사가 오래되었음에도 최근 베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다문화주의가 국가 주도의 행정적 통합 위주였기에 실제 기반은 허약한 탓이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동화주의를 유지하며 성기 절제를 엄격히 처벌했는데, 일관된 정책은 아니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 백인 여아와 흑인 여아의 인권이 차별적으로 보호되는 등 인종차별적 경향이 있었으며, 현재는 성기 절제 위협을 이유로 한 여성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점차 받아들이지 않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젠더 평등 챔피언’으로 일컬어지는 스웨덴에서는 계급투쟁과 같은 경제적 측면을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왔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속에 자연스레 이민자의 경제적 영향 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보편적 젠더 평등 원칙이 내외국민 구별 없이 비교적 높게 확립되어 있는 편이다. 일본의 경우 다문화 공생 담론을 내세우지만, 아시아 이주 여성의 인신매매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법적 권리라는 알맹이를 뺀 채 문화적 권리만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뚜렷하다.
이민정책의 전반적인 보수화 흐름 속에서도 국가들은 이처럼 다른 전망을 지니고 있으며,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의 충돌에 대처하는 방식을 통해 이민정책과 여성 인권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다.


▶ 회색 지대에서 연결되는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은 둘 다 인간 평등과 약자에 대한 존중을 전제한다. 그런데도 두 가치가 충돌하는 이유로 이 책은 본질주의적 문화 개념을 지적한다. 문화는 다면적인 성격을 띠고, 온갖 개별적·구조적 맥락이 뒤얽혀 생겨나며, 언제든 합쳐지고 갈라지며 재창조될 수 있는 것임에도 고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예컨대 터키에는 명예살인과 같은 가부장적 지배 문화가 있는 한편, 그에 저항하는 법과 문화가 있는데도 우리는 명예살인을 더 뚜렷한 터키의 문화로 기억한다.
따라서 이 책은 그러한 문화 개념의 배제, 즉 트랜스 문화성, 교차성, 구성주의를 통한 사안별 적용, 민주적 심의를 충돌 해소의 방안으로 제시한다. 이를 통해 문화가 유동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남은 문제는 다문화주의나 페미니즘, 혹은 “문화 자체가 아니라 성차별적이고 억압적인 관행”이다. 이로써 한쪽 문화를 절대적으로 수용하거나 배제하는 원칙주의적 태도는 자연스럽게 사라지며, 이를 바탕으로 예컨대 동유럽 국가들이 로마 미성년자의 조혼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정책은 로마 여성의 교육 단절, 건강 악화, 자유 침해 때문에 개선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유럽 각국의 무슬림 여성의 베일 또한 유대교의 키파나 가톨릭의 수녀복은 쉽게 수용된다는 점에 비추어 동등한 수준에서 존중될 필요가 있다.
극단적인 태도는 현실을 실제로 바꾸기 위한 고민을 놓아버린 손쉬운 단순화일 뿐이다. 이때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누가 약자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문화 간 경계를 돌아보는 회색 지대에서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은 다시 만난다. 그러고 보면 중요한 것은 언제나 태도다.
 
  서론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 사이의 갈등에 전제된 문화 개념: 여성 디아스포라의 관점에서_최현덕
제1장  명예살인에 관한 스웨덴의 논쟁과 정책적 대응_문경희
제2장  여성 성기 절제를 둘러싼 프랑스의 논쟁_김민정
제3장  미국의 문화적 항변 사례_김욱
제4장  이슬람 이민자의 강제 결혼에 대한 독일의 논의_전복희
제5장  호주의 여성 이민자 베일 문제_문경희
제6장  영국의 베일 논쟁_최정원
제7장  유럽연합의 헤드스카프 논쟁_박채복
제8장  동유럽 로마 공동체의 가부장제도와 여성_김경미
제9장  아시아 여성 이민자에 관한 일본의 사회 담론과 정책적 대응: 인신매매를 중심으로_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