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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비극: 중동의 복합위기에서 제3차 세계대전으로
야마우치 마사유키 지음/ 이용빈 옮김
한울아카데미 / 2017-06-12 발행 / 신국판 / 양장 / 264면 / 29,500원
ISBN 978-89-460-5987-0 93340
분야 : 정치·국제관계, 지역연구도서
 
  제2차 냉전과 포스트모던형 전쟁이 몰고 올 최악의 시나리오

일본 내 중동 연구의 일인자 야마우치 마사유키(山內昌之)는 ‘이슬람 외교사’에 정통한 대학자다. 이 책은 저자가 축척해온 학문적 역량을 집약해 이슬람과 강대국의 관계 및 이슬람의 세계 전략 등을 깊이 있게 파헤친 역작이다.
저자는 제1차 냉전이 자유주의 대 공산주의,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기반을 둔 진영 대립이었다면, 제2차 냉전은 독재와 권위주의적 통치 양식을 지향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러시아 등이 중동을 둘러싸고 구미와 벌이는 대결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이라크의 정치적 공백이 파생시킨 IS가 자유와 인권에 기초한 시민사회와 국민국가를 부정하고 이슬람법에 기초한 칼리프 국가 건설을 주창하며, 사이버 공간과 세계 각지에서 벌이는 원격지 전쟁을 ‘포스트모던형 전쟁’으로 상정한다.
제2차 냉전과 포스트모던형 전쟁이 복잡하게 뒤얽힌 시리아 전쟁과 거기서 파생된 ‘중동의 복합위기’를 역사와 지정학의 관점에서 치밀하게 분석해, 그 위기가 유럽뿐 아니라 중국으로까지 확산되어 제3차 세계대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이 책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란과 터키, 러시아와 터키의 경합과 이란·러시아·터키의 삼자 견제, IS로 대표되는 지하디즘, 난민 수용과 테러 등으로 요동치는 유럽, 전략적 우위를 지키되 관망하는 태도로 망설이는 미국, IS와 연대할 위험이 있는 후이족(回族)과 석유 문제로 불거질 중국의 관여 등 중동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는 이슬람의 비극을 심층적이고 입체적으로 구성해, 격동하는 세계와 도래할 위기를 통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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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30일 밤, IS는 파리에 동시다발 테러를 가해 대학살을 자행했다. 사건 직후 로마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 테러 공격을 “단편적인 제3차 세계대전의 일부다”라고 표현했다. 이제까지 보아온 전쟁과는 이질적이며, 반드시 조직화되지 않았다고 해도 본질적으로는 세계대전으로 발전할 역사적 사건이자 현상이라는 점을 갈파한 것이다. 저자는 이 말에 주목하면서 제3차 세계대전을 초래할 수도 있는, 제2차 냉전과 포스트모던형 전쟁이 복잡하게 결부된 사건과 현상을 ‘중동의 복합위기’로 정의해 ‘중동의 위기’와 ‘이슬람의 비극’의 현대적 특징을 분석해냈다.


▷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아라비아반도를 놓고 전개되는 중동의 복합위기:
게임판과 규칙이 전혀 다른 패권 다툼

중동은 역사적으로 보면 ‘아라비아반도’와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는 두 개의 핵심 지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은 세 대륙을 잇는 요충지로서 역사적으로 문명이 발달했으며, 상업을 통해 부를 획득한 지역이다. 특히 근대 이후에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매장지로서 열강의 전략적 관심이 집중되는 곳이다.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의 총본산 이란의 대립은 2016년에 일어난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님르를 비롯한 시아파 인사의 처형과 이에 격분한 이란인들의 대사관 및 총영사관 방화로 격화되어, 결국 단교로 일단락되었다. 그 뒤 공중폭격 등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두 나라가 정면으로 부딪치게 된다면 국가 간 충돌에 머물지 않고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아라비아반도를 무대로 한 수니파 대 시아파의 종파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수니파의 칼리프를 이은 ‘오스만 제국의 계승자’ 터키와 사파비 왕조의 계승자 시아파의 이란은 비(非)아랍계로서 우호와 대립, 협조를 적절히 배합하며 줄다리기를 해왔다. 그러나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시아파와 수니파의 종파 대립이 종파 정화로까지 심화되자 서로 대립하는 진영의 보호국으로 관여했다. 여기에 쿠르드 문제와 핵 개발 문제가 더해지고, 이란이 러시아와 손을 잡으면서 분쟁은 더 격렬해지고 있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반알아사드 노선을 걷는 터키와 알아사드 체제를 지원하는 러시아는 근대에도 수차례 전쟁을 치르며 좁힐 수 없는 관계를 이루어왔다. 러시아는 시리아에서의 공중폭격 개시와 터키에 의한 러시아 전투기 격추를 계기로 대리전쟁의 후원자라는 가면을 벗고 시리아 내전의 당사자가 되었다. 21세기 차르를 꿈꾸는 푸틴과 술탄을 꿈꾸는 에르도안은 서로의 관계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국내 정치에 이용해 각자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오스만 제국의 분할을 결정했던 1916년의 ‘사이크스피코 협정’으로 탄생한 인공국가 이라크와 시리아는 지도상의 국경을 허물며 발호한 IS에 의해 국가의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 이라크의 정치적 공백이 탄생시킨 IS는 아랍의 봄의 여파로 발생한 시리아 내전을 통해 동력을 얻었다. 시아파인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원한 사우디아라비아, 쿠르드족의 세력 확장을 막으려던 터키, 내전을 통해 정당성을 얻고자 한 아사드 정권, 중동의 테러가 자국으로 확산되지 않기만을 바란 구미의 태도 등은 IS의 세력 확대를 부채질했다. IS는 사이버 공간을 적극 활용해 공포를 부추기며, 유럽으로 전선을 확장해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리비아에서 예멘에 이르기까지 국민국가의 틀은 붕괴되었다. 아프리카에서도 많은 국가가 해체되거나 파탄 나고 있다. 구미와 러시아의 전쟁과 군사 간섭에 더해 그에 대항하는 내전과 테러의 만연이 이 지역 국가와 주변 국가의 해체와 파탄을 촉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중동의 위기는 내전이 양산한 난민과 나날이 도를 더해가는 지하디즘에 의해 비단 중동뿐 아니라 전 세계로 파급되고 있다.


▷ 유럽과 중국으로 확산되는 이슬람의 비극:
차별적 시선에 분노와 증오로 답하는 젊은이들

시리아 내전으로 400만 명의 국외 난민과 700만 명의 국내 난민이 집과 고향을 잃자, EU는 난민 문제 자체가 제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과도한 난민의 유입은 유럽의 정치권을 흔들어 극우의 부상을 부추겼고, 일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도처에서 자행되는 과격파 조직의 테러가 중첩되면서 난민과 범죄자를 동일시하는 정서마저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지하디스트들이 난민으로 위장해 유럽으로 유입된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중동으로부터 유럽으로 유입된 난민들은 예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현재 비판하는 대상은 IS나 자신들을 난민이 되도록 내몬 세력이 아니라 서구의 정부와 국민이다. 새로운 세계에서 마주하는 편견, 취업 차별과 빈곤 등의 냉엄한 현실은 이슬람 젊은이들을 무정부주의나 허무주의로 빠뜨리고, 범죄의 길로 이끌기도 한다. 문제는 범죄와 결합한 지하디즘이다. 이슬람 과격 조직은 교도소를 매개로 젊은이들을 세뇌시켜 지하디스트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와는 별개로 IS에 경도된 유럽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위기감이 선의와 인간애만으로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중동-유럽의 복합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끝으로 이 책은 중동 문제와 관련해 열강 중 하나로 부상할 중국을 간략히 소개한다. 저자는 인권 억압을 배경으로 300명 정도의 위구르족과 무슬림이 IS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중국이 군사적 이유로 석유 수입을 늘리면서 IS와 충돌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신장웨이우얼자치구는 지리·종교·인종적으로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이나 IS와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 위기의 중동, 더 나아가 격동하는 세계를 읽어내기 위한 길잡이

민족과 종족, 종교와 종파 등에서 비롯된 역사적 대립과 열강의 중동 간섭의 역사가 복잡하게 뒤엉킨 중동의 정세는 다른 지역보다 변화가 심해 이해하기 어렵다. 2014년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고, 심지어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국가들은 존속마저 불투명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책은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중동의 정세를 역사와 지정학적 관점에서 좀 더 쉽고 흥미롭게 풀어냈다. 따라서 부제로 단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중동의 위기를 읽어내기 위한 길잡이로서 큰 의의를 지닌다.
 
  머리말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결: 종파 전쟁의 공포

1장 포스트모던형 전쟁과 중동의 복합위기
국가, 내전, 난민

2장 파리 대학살과 신동방문제
전쟁과 시장 사이에서

3장 지정학과 무함마드의 실제 모습
대문자의 이슬람과 소문자의 이슬람

4장 수니파와 시아파
분열에서 항쟁으로

5장 자비로운 종교 지도자, 적극적인 정치가
정치와 군사의 균형 감각

6장 ‘IS’란 무엇인가?
깊은 수렁에 빠진 시리아 전쟁과 난민 문제

7장 새로운 러시아·터키 전쟁의 위험
두 개의 제국

8장 중동 핵 확산의 유혹
이란과 터키의 경합

맺음말
제3차 세계대전으로 향하는 길: 단기 결전인가, 장기 지구전인가?

후기를 대신하여
중국과 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