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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연구 [2017년 여름호 제14권 제2호] 통권 46호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한울 / 2017-05-20 발행 / 신국판 / 반양장 / 254면 / 22,000원
ISSN 1938-2998 72
분야 : 정기간행물, 정치·국제관계, 경제·경영, 사회학
 
  촛불혁명과 마르크스주의의 과제

작년 10월 말 이후 박근혜 일당의 국정농단과 부패에 항의하는 주말 촛불집회가 5개월 이상 연인원 1,600만 명 이상 참가하는 사상최대의 대중동원 속에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성과로 올 3월 10일 박근혜가 탄핵, 구속되고, 5월 9일 실시된 조기 대선에서 촛불대중의 민심을 대변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이 박근혜 탄핵을 반대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 며칠 뒤인 5월 12일 우리나라 좌파 연합 학술문화제인 제8회 맑스코뮤날레가 ‘혁명과 이행’을 슬로건으로 열린 것은 우연이었다. 이번 맑스코뮤날레 대회의 슬로건과 일정은 촛불집회가 시작되기 훨씬 전에 정해졌지만, 이 대회를 준비했던 한국의 좌파가 이번 촛불집회와 같은 ‘혁명과 이행’의 정세를 예견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좌파는 이번 촛불혁명을 예상하고 대비 조직 지도하기에는 너무나 위축·주변화·분열되어 있었다. 대중의 개혁 요구의 아래로부터의 거대한 직접민주주의적 분출이었던 촛불집회에서 좌파는 단지 그 일부였다. 촛불집회는 그 엄청난 대중동원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개혁 요구가 박근혜 탄핵으로 수렴되고, 투쟁 방식도 비폭력 평화 가두집회와 시위로 일원화된 된 데서 보듯이, ‘비정상적인 것의 정상화’, 즉 자본주의 개혁의 경계를 넘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박근혜 탄핵, 구속 이후 시작된 대선 국면에서는 정권교체가 이미 기정사실로 되어 있어서, 대선후보들 간의 쟁점도 박근혜 일당의 국정농단과 부패로 집약되는 ‘적폐 청산’을 넘어서 촛불집회의 사회경제적 배경이었던 심화되는 착취와 불평등, 실업과 빈곤 등 이른바 ‘헬조선’의 현실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총체적 변혁에 대한 갈망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급진화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로 진행되었다. 예컨대 대선 후보들 간의 TV토론에서는 촛불정국에서 대중적 의제로 부상했던 기본소득, 재벌개혁 등 부르주아 개혁 요구조차도 실종되었으며, ‘제4차 산업혁명’, ‘일자리 창출’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 담론이 경쟁 후보들의 공통적 이념적 지반이 되었다. 대선 후보들 중 가장 진보적이라고 간주된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열흘째인 오늘 새 정부에 대한 국정지지도는 무려 87%로 역대 어느 정부보다 높으며, 실제로 국민 대다수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대중의 개혁 요구를 실현해 ‘적폐 청산’,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반면, 대선 국면에서 수구보수들의 참주선동과 달리 문재인 정부의 집권이 좌파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다. 좌파는 촛불정국 이전이나 와중에는 물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전히 주변적이며, 대선국면에서 잠시 지지율이 상승했던 정의당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지지율이 다시 하락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의 지배체제가 장기적으로 안정될 것 같지는 않다. 이를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에서 제출된 개혁 요구를 실현하고 동시에 한국자본주의를 현재 구조적 위기와 지정학적 위기의 복합위기로부터 구출해내야 하는데 이것은 거의 달성 불가능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르주아 개혁에 대해 현재 한국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와 지정학적 위기라는 조건이 끊임없이 구조적 제약을 가할 것이기에, 문재인 정부가 자신을 탄생시킨 촛불대중의 기대를 배반하는 ‘개혁 없는 개혁주의’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촛불혁명의 원동력으로 된 대중의 개혁 요구는 21세기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위기의 조건에서는 결코 완전하게 실현될 수 없다. 설사 개혁, 즉 ‘비정상적인 것의 정상화’, ‘적폐 청산’이 완전하게 이뤄져서 이른바 ‘정상화된’ 자본주의가 되었다 할지라도, 이는 150년 전 마르크스가 <자본론> 1권에서 논증했듯이,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고유한 모순에서 필연적인 적대의 소멸이 아닌 그 순수한 전면화, 즉 ‘비정상적’ ‘초과착취’가 아닌 등가교환에 기초한 ‘정상적’ 잉여가치 착취와 이를 법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억압적 국가기구의 전면화 및 이에 따른 계급투쟁의 전면화를 의미할 뿐이다.
따라서 촛불혁명과 같은 아래로부터의 대중동원은 현재와 같은 문재인 정부 초기의 개혁 드라이브 국면, 즉 이른바 ‘비정상의 정상화’ 시도 국면에서는, 당분간 현재화되지 않겠지만, 이런 개혁 조치들에 제동이 걸리는 순간, 곧바로 시작될 것이며, 설령 ‘비정상의 정상화’가 완전히 달성되는 경우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때 촛불혁명에서 대중의 성취 경험, 무엇보다 직접민주주의와 직접행동을 통해 주권자는 대통령이나 국회가 아니라 인민 개인 자신임을 확인한 경험, 이른바 ‘민주주의의 민주화’ 경험은 촛불혁명의 재개를 쉽게 할 것이다. 100년 전인 1917년 러시아에서 2월혁명에 의해 차르가 타도되고 케렌스키 정부가 들어섰지만, 케렌스키 정부가 2월혁명의 동력이었던 ‘빵과 토지, 평화’와 같은 대중의 개혁에 대한 염원을 구현하기는커녕 이를 억압하면서 이에 대한 대중 저항이 고조되고 이로부터 모든 권력이 소비에트로 넘어가는 상황, 즉 이른바 ‘부르주아민주주의 혁명’(2월혁명)의 ‘사회주의혁명’(10월혁명)으로의 ‘성장·전화’ 시나리오가 21세기 한국에서 재현될 수 있다. 물론 2017년 한국에서 그와 같은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100년 전 러시아와 달리 2017년 한국에서는 사상유례없는 촛불혁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에트와 같은 아래로부터 대중권력의 제도화, 즉 ‘이중권력’ 정세가 조성되어 있지 않으며, 또 혁명의 연속 ‘성장·전화’의 촉진자로서 좌파의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 촛불혁명 시기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에서도 좌파는 대중의 개혁 요구 투쟁에는 동참하면서도,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모순과 구조적 제약에서 비롯되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의 한계 및 이를 배경으로 한 대중투쟁의 분출의 필연성, 즉 제2의 촛불혁명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러한 상황에 이론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2016-17년 겨울 촛불혁명처럼 좌파가 예측도 준비도 못한 상황에서 대중운동이 분출하고, 이것이 다시 중도반단의 부르주아 개혁으로 흡수되는 사태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21세기 한국사회의 근본적 변혁을 위해 오늘날 한국자본주의 및 세계자본주의의 구조와 성격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특히 21세기 현대자본주의의 발전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가, 특히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자본주의는 세계적으로 어떤 국면에 놓여 있는가를 검토하는 것은 당면 변혁의 성격을 확정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이번 호 특집에서는 현대자본주의의 발전단계와 위기의 문제에 대한 김성구, 박승호, 이재현, 정성진의 논쟁을 다루었다.
 
  특집  마르크스주의 현대자본주의론의 쟁점: 단계론과 위기론
현대자본주의론과 마르크스 위기론 | 김성구
구조적 위기와 순환적 공황: 21세기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 | 박승호
국가독점자본주의론과 현대 자본주의 위기 논쟁 | 이재현
마르크스주의 현대자본주의론의 새로운 전개: 평가와 전망 | 정성진

일반논문
<자본론>과 경제학체계 | 류동민·박도영
역대정부의 자치분권 유형 분석과 차기정부의 과제 | 최상한
인플레이션 세계에서 마르크스의 가치이론 탐구하기: 왜 모슬리의 방법만이 유일한 것이 아닌가 | 닉 포츠(Nick Potts)

해외 마르크스주의 연구동향
중국의 연쇄 국제학술대회 보고 | 바박 아미니(Babak Am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