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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세월호, 난파하는 대한민국: 압축적 근대화와 복합적 리스크
서재정·김미경 엮음 / 서재정·이윤경·강수돌·남태현·유종성·박연민·박경신·문승숙·이현옥·이현정·존 리·김미경 지음
한울아카데미 / 2017-05-10 발행 / 신국판 / 반양장 / 368면 / 25,000원
ISBN 978-89-460-5984-9 93300
분야 : 정치·국제관계, 사회학
 
  대한민국 체제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한 시기,
세월호 참사를 더 절박하게 고민하자


● 참사 이후 3년, 아직도 모르는 것들과 정확히 알게 된 것들

우리는 세월호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는 침몰했다. 구조 활동은 없었고 304명의 생명이 희생됐다. 대통령이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전 국민에 생중계됐다. 어이없는 사태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을 공권력은 감시하고 탄압했다. 어렵사리 만든 수사권·기소권 없는 특별법은 그조차 시행령으로 무력화되고 특조위는 제대로 활동해보지 못한 채 해산당했다.
그래서다. 참사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들은 너무나 많다. ‘박근혜 7시간’은 빙산의 일각이다. 배가 왜 침몰했는지, 침몰 당시 NSC실무회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승객 탈출 기피가 참사 원인’이고 유가족 단식과 관련하여 ‘국민적 비난이 가해지도록 언론을 지도’하라고 말했다는 ‘비서실장 세월호 지시사항’의 진실은 무엇인지, 통영함 출동은 누가 막았는지, CCTV 64개는 왜 모조리 꺼졌는지, 왜 해경은 선원 구조 후 배의 침몰을 바라보고만 있었는지, 왜 그 누구도 퇴선지시를 하지 않았는지, CN-235 부기장은 왜 거짓인터뷰를 했는지, “전원구조” 오보가 어떻게 2시간이나 가능했는지, 피해자인 유가족을 왜 공권력이 감시하고 탄압했는지, ‘블랙리스트’를 비롯한 통제의 실체는 무엇인지,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소위 ‘태극기 단체’들의 배후에는 무엇이 있는지……. 밝혀야 할 합리적 의혹이 무수히 쌓여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정확히 알게 된 것들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직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 구조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에 대해 권력이 분명한 탄압을 가했다는 것,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수많은 청와대, 국정원, 해수부, 경찰 등 정부·국가기관이 촘촘히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것. 골든타임 그리고 그 이후 줄곧, 리바이어던 같은 야수의 모습으로 ‘대한민국’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정치적 통일체로서의 대한민국은 붕괴하기 시작했다. 침몰한 세월호를 생각하면서 자연스레 난파하는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가 아닐까.
지난 3년, 많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와 한국 사회를 고민했다. 여기에 동참해온 학자들도 있었다. 비록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와 함께 호흡하고자 노력해온 재외 한인학자들은 <국제학학회(International Studies Association)>와 같은 계기를 통해 자신의 위치에서 진상 규명에 동참하고자 노력했다. 2016년 11월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라는 재외 한인학자 1009인 선언문을 발표하며 천만 촛불과 함께 했던 서재정 국제기독교대학 교수, 남태현 솔즈베리 대학 교수, 유종성 호주 국립대학 교수, 이윤경 토론토 대학 부교수, 김미경 세계정치학회 인권분과 회장 등이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추모하면서 『침몰한 세월호, 난파하는 대한민국: 압축적 근대화와 복합적 리스크』를 출간했다. 강수돌·박경신 고려대 교수, 이현정 서울대 부교수 등 국내 학자들도 함께 했다.

● 이게 나라냐, 압축적 근대화로 망가진 대한민국

저자들은 침몰한 세월호에서 망가지고 무너지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봤다. 참사 발생 전, 발생 중, 발생 후 세 단계에서 국가는 배경을 제공하고 구조를 방기하고 책임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비극을 주도적으로 연출했다. 대통령과 정치 엘리트들이 민주체제에 도전했고 ‘가만히 있으라’며 대중을 억압했다. 현대사 70여 년 동안 ‘안보’ 중심 국가를 자임했던 대한민국은 국민의 안전을 앞장서서 파괴했다. 권력을 가진 그 누구도 이를 책임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어쩌다 이렇게까지 병들었는가? 저자들은 ‘압축적 근대화’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분단을 매개로 세계적 냉전 속에서 기형적으로 형성된 ‘대한민국’은 자기 성찰 없이 맹목적인 근대화에 매달렸으며 이 결과물이 현재의 국가와 사회다. ‘박정희 식 프레임’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무책임·부정의에 대한 중독,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신, 정경유착의 일상화, 검열의 지속, 정체성에 대한 훈육이 대한민국을 정의한다. 금융위기와 IMF는 오로지 부의 축적과 대내외적인 힘에 대한 추종으로 지탱되는 국가의 성격을 더욱 강화시켰고, 그 결과는 세월호 참사에서 집중적으로 참혹하게 드러났다. 대한민국은 난파하고 있다.

● 복합적 리스크의 폭발, 정치적 통일체의 붕괴와 새로운 정체성의 탄생

그렇다면 이것은 종말을 의미하는가? 저자들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지금 이곳이 ‘복합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말한다. 위기는 축적된 과거의 결과물인 동시에 미래의 전환을 이끄는 추동력이기도 하다. 기성 체제와 미래 권력이 충돌하고, 실현되지 않은 미래와 축적된 진부함이 경쟁하는 사회적 공간이 ‘위기’다. 이를 명백하게 드러낸 것이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의 과정이었다. 정치 엘리트들은 기득권이 되어 민주주의를 파괴했지만, 대중들은 민주주의를 심화했다. 자연스럽게 정치적 통일체로서의 대한민국은 붕괴됐고, 이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라는 틀로 그 구성원 모두를 규정지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압축적 근대화가 야기한 사회적 병리는 복합적 리스크의 폭발로 이어졌고 이는 국가 지배 구조와 구성원의 정체성에 새로운 균열을 만들었다.
이를 가장 명백히 보여준 것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들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이 나라가 없는 사람들을 이렇게 속여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은 어쩌면 수동적인 시민이었을 이들을 변화시켰다. 정치체제 자체에 대한 의문은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는 자각으로 이어졌다. 저항하는 주체로서 투쟁하는 유가족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부끄러움과 경이로움을 느끼도록 했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회적 연대의 추동력이 되었다. 난파하는 대한민국에서 인간다움과 진실을 향한 실천으로 대중들이 획득한 새로운 정체성은 헬조선이라는 말로 상징되는 위기를 탈출하는 출발점일 수 있다. 2016년 11월의 촛불은 이를 극적으로 표현한 집단행동일지 모른다.

● 그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 세월호 참사를 더 절박하게 고민하자

위기는 몰락의 촉매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는 역사적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압축적 근대화가 강요해온 복합적 리스크를 넘어선 공간에서 펼쳐낼 새로운 미래는 과연 가능할까? 당장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전망조차 여전히 불투명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아직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앞에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 ‘세월호 참사’가 여전히 남아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명백한 진상 규명과 함께, 이러한 괴물을 잉태한 한국의 사회·권력 구조 전체에 대한 총체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일어났던 일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라는 프리모 레비의 경고는 또다시 우리에게 미래의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세월호 참사를 더 절박하게 생각하자는 것, 『침몰한 세월호, 난파하는 대한민국: 압축적 근대화와 복합적 리스크』가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핵심이다.


▶ 책의 구성

이 책은 프롤로그, 에필로그 및 본문(1~3부)으로 구성되었다. 프롤로그(1장)에서 서재정은 세월호 참사 전반을 개괄하고, 분단체제·세계냉전·자본주의(신자유주의) 속 ‘압축적 근대화’와 다양한 양상의 몰락과 가능성을 함께 포함한 ‘복합적 리스크’를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의 병리적 현상들을 다룬 1부에서 이윤경(2장)은 신자유주의의 대표적 현상인 규제 완화, 비정규직 양산, 공공 정책 포기 등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강수돌(3장)은 중독조직 이론을 통해 인간적 가치를 포기하고 돈, 이윤, 권력에 중독된 국가의 무책임과 병적 양상들을 세월호 참사 전 과정을 통해 살핀다. 2부에서는 국가와 지배 구조의 작동 양상을 살핀다. 남태현(4장)은 정치 엘리트들의 민주체제 부정과 대중들의 민주주의 구현이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충돌했음을 밝힌다. 유종성과 박연민(5장)은 유신독재 박정희 정권 시기부터 이어진 국가조합주의가 형성한 정경유착이 세월호 참사에 끼친 영향을 살핀다. 박경신(6장)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서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대한민국의 검열 및 국가후견주의가 참사 과정에 끼친 영향을 짚는다. 3부에서는 주체성 및 정체성을 다룬다. 문승숙(7장)은 고등교육 과정의 훈육 개념이 고등학생들에게 끼쳐온 영향력을 살핀다. 이현옥(8장)은 베트남인 유가족의 사례를 통해 민족국가의 구획을 넘어선 사회적 연대의 가능성을 알아본다. 이현정(9장)은 현장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수동적 시민에서 저항적 주체로 나서게 된 세월호 유가족들의 삶과 투쟁을 이야기했다. 에필로그(10장)에서 존 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대한민국이라는 정치적 통일체의 붕괴에 대해 다뤘다. 김미경(엮은이의 말)은 세월호 3주기에 맞춰 도서를 준비하면서 겪은 박근혜 파면 사건과 함께 배신의 국가에 대해 말했다.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들을 참고했고, 오는 6월 폴그레이브 맥밀란(Palgrave Macmillan) 출판사에서 영문판(Challenges of Modernization and Governance in South Korea: The Sinking of the Sewol and Its Causes)이 출간된다. 표지에는 추모의 의미로 참사로 희생된 304분의 성함을 담았다. 인세수익금은 희생자 유가족 분들께 전달할 예정이다.
 
  프롤로그
제1장 세월호의 침몰, 한국의 침몰: 압축적 근대화와 복합적 리스크(서재정)

1부 세월호 참사의 병리(病理)
제2장 세월호, 신자유주의 규제 완화가 불러온 예고된 재난(이윤경)
제3장 세월호 참사와 기업·정부의 사회적 무책임: 중독조직 이론의 시각(강수돌)

2부 국가와 지배 구조
제4장 세월호 참사로 돌아본 한국 민주체제의 공고화 정도: 민주주의를 심화하는 대중, 민주체제에 도전하는 정치 엘리트(남태현)
제5장 여객선 안전규제에 나타난 정부-산업 간 유착과 포획: 박정희 정권의 국가조합주의 유산과 세월호 비극(유종성·박연민)
제6장 “가만히 있으라”: 세월호 사태에서 검열과 국가후견주의의 영향(박경신)

3부 주체성
제7장 한국에서 유순한 학생 만들기: 훈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중심으로(문승숙)
제8장 재난 경험의 민족국가적 구획과 사회적 연대의 가능성: 베트남 결혼이민자 유가족의 경험을 중심으로(이현옥)
제9장 수동적 시민에서 저항적 주체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어떻게 국가권력에 맞서왔는가?(이현정)

에필로그
제10장 난파한 세월호: 붕괴하는 정치적 통일체, 대한민국(존 리)
엮은이의 말_유리의 성(城), 부재와 배신의 국가(김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