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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연구 [2016년 가을호 제13권 제3호]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한울아카데미 / 2016-08-20 발행 / 신국판 / 반양장 / 290면 / 22,000원
ISSN 1738-2998 63
분야 : 정기간행물, 경제·경영, 사회학
 
  ‘공산주의의 ABC’에서 시뮬레이션으로

오늘날 한국에서 자본주의 모순이 얼마나 심화되어 있는지는 헬조선과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일상어가 된 것만 봐도 분명하다. 이는 1980년대 신자유주의의 대두 이후, 특히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의 전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한편 경제위기와 모순이 격화되면서 기존 체제에 대한 대중의 반감과 저항도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개혁주의 정치가들에 대한 지지나 민족주의, 인종주의의 부활 같은 퇴행적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최근 미국 대선 후보 경선에서 샌더스와 트럼프 현상이나 영국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안 통과는 그 단적인 예들이다. 자본주의 위기와 모순이 사상 유례없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반자본주의, 공산주의를 추구하는 급진좌파에 지지를 보내고 있지 않은가? 왜 세계적으로 급진좌파는 지난 세기말 ‘역사적 공산주의’ 몰락 이후 퇴조와 침체, 주변화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가?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급진좌파가 추구하는 반자본주의, 공산주의 대안을 대중이 더 이상 매력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자본주의는 ‘답’이 아니니 투쟁으로 타도하는 것이 우선이고, 포스트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건설할지는 그 다음에 고민해도 좋다는 식의 접근에 대중은 더 이상 공감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세기말 ‘역사적 공산주의’ 몰락 이후에는 더욱 그러하다. 자본주의보다 더 나은 사회가 아닌 것으로 판명된 ‘역사적 공산주의’와 비슷한 체제를 쟁취하기 위해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자본주의를 버리는 ‘기회비용’ 혹은 ‘체제전환 비용’을 감수하기보다, ‘헬’이어도 자본주의 안에서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급진좌파에게 요청되는 것은 자본주의를 타도하는 투쟁의 건설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추구하는 반자본주의, 공산주의가 ‘지금 여기’의 대중이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체제임을 입증하는 것, 즉 포스트자본주의 사회의 멋진 스케치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 평등, 민주주의, 자율, 자기실현 등 ‘공산주의의 ABC’를 추상적으로 선전하거나, ‘역사적 공산주의’는 마르크스의 공산주의와 무관한 계급사회의 변종일 뿐이므로, ‘역사적 공산주의’의 파산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의 공산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마르크스 원전으로 복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늘날 급진좌파에게 요구되는 것은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 혹은 ‘노동시간 계산에 기초한 참여계획경제’로서 마르크스의 공산주의를 21세기적 조건, 즉 세계대공황과 생태위기 및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라는 새로운 조건에서 작동가능한 모델로 구체화하고 그 실행가능성과 자본주의에 대한 비교우위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증명하는 작업이다. 통념과 달리 이와 같은 공산주의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작업은 마르크스가 비판했던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의 전유물이기는커녕, 마르크스 자신의 주요 프로젝트였다. 이는 마르크스가 만년의 저작 고타강령비판(1875)에서 공산주의 ‘초기’ 국면의 모델로 정식화한 ‘노동시간 계산에 기초한 참여계획경제’를 봐도 분명하다. 이와 같은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모델링 작업은 마르크스 사후 엥겔스가 반듀링(1894)에서 재확인했으며, 1917년 러시아 혁명 후 부하린과 프레오브라젠스키의 소련공산당 강령해설서인 공산주의의 ABC(1920)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 책의 저자들은 1930년대 스탈린의 대숙청 과정에서 모두 ‘반혁명분자’로 조작되어 처형당했다. 이는 1930년대 이후 스탈린주의 소련과 이를 복제한 20세기 ‘역사적 공산주의’들이 실은 ‘공산주의의 ABC’를 부정한 ‘반공주의’ 체제였음을 보여준다. 지난 세기 압살되고 잊혀진 ‘공산주의의 ABC’의 전통을 복원하는 것, 그리고 이를 공산주의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21세기 급진좌파 프로젝트의 주요 부분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본지도 2004년 창간 이래 집요할 정도로 대안사회 모델을 반복해서 특집 주제로 다뤄왔으며, 이번 호 특집 ‘포스트자본주의 사회의 스케치’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기획했다. 이번 호 특집에는 이전 특집에서는 다루지 못했던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포스트자본주의에 대해 갖는 함의 및 포스트자본주의에서 의사결정 방식과 교육제도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세 편의 논문을 수록했다.
 
  ▶ 특집 포스트 자본주의 사회의 스케치

인공지능에 관한 비판적 스케치| 이재현
대안사회에서 실현 가능한 의사결정구조는? | 최상한
탈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교육 | 김영석

▶ 일반논문
리듬적 종합으로서의 시간 개념 | 이진경
포스트식민 시대의 로컬 연구로서 ‘아시아 여성연구’의 연구방법론을 위하여 | 태혜숙

▶ Article

프리만과 클리만의 MELT에 대한 (TSSI) 해석에서 나타나는 순환논법 | 김창근
‘글로벌한 것’의 사상가로서의 마르크스 | 김공회
: 마르크스의 세계시장 개념의 발전과 그 지적 배경
볼리바르 에체베리아의 마르크스주의 문화 이론 | 스테판 간들러
: ‘주변부’ 관점에서의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