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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자서전
(부제) 자서전을 통해 보는 일본인의 자아와 삶
(원제) 日本人の自傳
사에키 쇼이치 지음 / 노영희 옮김
한울아카데미 / 2015-06-25 발행 / 신국판 / 양장 / 296면 / 28,000원
ISBN 978-89-460-5796-8 93830
분야 : 총류, 역사학, 문학연구·언어학, 동아시아연구, 교양도서
 
  자서전의 시대

“나는 누구인가?” 혹은 “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사람으로서 가장 근원적 질문이라 할 터이며 이런 철학적 물음의 문학적 형식이 자서전이라 할 것이다. 자서전이란 문학 양식을 처음 창안한 사람은 18세기의 영국 역사가 기번(Edward Gibbon)이라고도 하고, 혹은 18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루소(J. J. Rousseau)의 『고백(Les Confessions)』으로부터라고 하여 근대적 자각의 산물이라 할 것이다. 한국문학에도 일찍부터 자전적 글이 있었고, 지금은 누구나 자서전을 쓰는 ‘자서전의 시대’가 되어 자서전은 가장 대중적 문학 장르가 되었다고 할 만하다. _9쪽

옮긴이가 책 앞에서도 말했듯이 현대는 가히 ‘자서전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 당장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자서전’이라고 써넣으면 백 권 이상의 자서전 목록이 뜬다. 이 책에서도 여러 번 언급되는 프랭클린부터 간디, 무솔리니, 힐러리 같은 정치가부터 소설가 귄터 그라스,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재즈 음악가 마일스 데이비스 등 동서고금을 막론하며 그 분야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독립운동가 안중근, 소설가 이광수, 시인 김광섭 같은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만이 아니라 전·현직 정치가, 기업인, 유명인의 자서전이 나와 있고 요즘은 부모의 회갑이나 칠순, 팔순을 기념해 자서전을 자비 출판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렇게 자서전 같은 글을 쓸까? 자서전이란 문학 양식이 근대적 자각의 산물인 만큼 자기표현 혹은 자의식과 그 발현, 정착의 욕구라고 하면 충분할 것이다. 따라서 자기표현은 살아가는 일과 거의 동의어로 생각되고 있으며 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 현대적인 전제는 어디까지나 현대의 상식,적어도 좁은 의미로의 근대적이고 서구적인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어느 사이에 의식하지 못하고 루소의 『고백』과 프랭클린의 『자서전』의 그림자 아래에서 판단하고 있으며, 루소와 프랭클린의 그림자로부터 몸을 멀리 피해서 우선 현대적인 안경을 벗고 선입관 없이 과거와 만나도록 노력해야만 된다고 한다.

자서전은 오랫동안 정의되기 어려운 정체불명의 장르였다. 공개를 목표로 하거나 예상한 것도 아니었다. 17세기 영국에서도 200종에 이르는 자서전의 대부분은 원고를 묶은 책인 고본(稿本)인 채로 남아 있다는 것이 이를 시사한다. 이런 면은 일기와 같은 계열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과거에 이른바 공인되지 않은 문학 장르라 생각하면 그 밑바닥에 작용하는 동기와 충동을 새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서전론(論)

이 책의 저자인 사에키 쇼이치는 일본 자서전 연구를 개척한 석학으로 이 책은 그의 역작이자 일본자서전론의 고전이다. 도쿄 대학 대학원 비교문학 연구과의 주임 교수였던 저자는 자서전이 왜 문학사적으로 연구되기 어려웠는지, 자서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했는지, 나아가 자서전의 어떤 부분을 읽어냈는지를 동서고금의 자서전적 작품과 평론 등을 들어 이야기한다. 그 방대한 독서량은 절로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하나의 학문을 개척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방대한 작업인지 알게 되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얻을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하다.

저자는 서구의 자서전을 서구적인 생각으로 나눈다면 크게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으로 시작되는 내면적인 고백형과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로 시작되는 외면적인 회상형을 들 수도 있겠지만, 일본의 자서전을 이런 식으로 나누어 도식화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자서전은 ‘사(私)’적인 글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본적인 생각으로 본다면 일본인의 자아에는 ‘공(公)’과 ‘사(私)’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이 두 요소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복잡한 모양을 그려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때문에 간결하게 이것과 저것이라는 식의 분류는 정확하지 않으며, 그 복잡한 얽힘은 굳이 말하자면 서구에 있어서 ‘성(聖)’과 ‘속(俗)’에 더 유사한 것이 아닐까라고 한다. 이를 통해 일본의 종교적 자서전인 우치무라 간조의 『How I Became a Christian』으로 일본자서전론의 실마리를 풀어낸다.


‘다테마에’ 속에서 ‘혼네’를 읽는다.

이 책은 일본의 중세 막부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인물들의 자서전을 들어 자서전에 드러난 자아를 이야기한다. 공직에서 밀려난 아라이 하쿠세키(新井白石)의 ‘분노’, 차별받은 우치무라 간조(內村鑑三)의 ‘조소’,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의 ‘개방적이면서도 고루함’, 아라이 하쿠세키(新井白石)와 야마가 소코(山鹿素行)의 ‘전국시대 무사적인 자아’와 그에 이어지는 ‘아버지상’, 다키자와 바킨(瀧澤馬琴)의 집요하게 방어적인 ‘애정’, 이치카와 주샤(市川中車)의 ‘동반자살의 경험’ 등등 많은 역사적 인물의 자서전을 당시대의 사회적 상황, 각 개인의 상황, 문단의 평가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안에 그려진 자아의 모습을 분석한다.

흔히 일본인은 ‘다테마에’라는 겉모습과 ‘혼네’라는 속마음이 다르다고들 한다. 공과 사라는 저자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하는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사적인 글인 자서전에 드러나는 거추장스럽지 아니하고 간략함은 비록 그것이 어느 정도 공적인 포장에 싸여 있다 할지라도 저자의 사적 자아를 읽어내기에, 또한 이를 관통하는 일본인의 자아를 읽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일본인의 ‘다테마에’와 ‘혼네’가 별개의 것인지 사실은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다른 가지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지적 유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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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제1장  공(公)적인 것, 사(私)적인 것  
제2장  나(私)를 말하는 근거  
제3장  성(聖)과 속(俗)  
제4장  원형(原型)과 독창(獨創)    
제5장  ‘속’된 자아의 매력
제6장  속된 자아를 지탱하는 것  
제7장  무사적인 자아의 형태
제8장  아버지의 이미지
제9장  무사적 에고이즘의 계보
제10장  대호사가(大好事家)의 자아구조
제11장  여류 자서전의 환상
제12장  연기자의 자의식

글을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