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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감정사회
스테판 G. 메스트로비치 지음/ 박형신 옮김
한울아카데미 / 2014-01-10 발행 / 신국판 / 반양장 / 368면 / 24,000원
ISBN 978-89-460-4799-0 93330
분야 : 사회학
 
  ∥책 소개

●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나의 감정은 진정 내 것인가?

뉴스 앵커는 사건을 보도하며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그 사건을 감정적으로 포장해주는 것이다. 또한 놀이공원에 가서는 이미 철저하게 설계되어 있는 재미와 즐거움을 경험하고 행복함을 느낀다. 감정 역시 다른 물건들과 마찬가지로 문화산업에 의해 조작되고, 기계적인 ‘탈감정’으로 변형되는 것이다.
뒤르켐과 전쟁범죄 연구자로 이미 미국에서는 이름 난 사회학자인 저자 스테판 메스트로비치는 현대사회의 탈감정적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보스니아 내전과 미국에서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O.J.심슨 사건을 분석한다. 보스니아에서는 많은 사람이 죽어갔지만 내전을 중단시킬 수 있는 어떠한 실제적인 행동도 없었다. 다만 대량학살에서 살아남은 희생자들에게 마치 그들이 허리케인에서 살아남은 것처럼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뿐이었다. O.J.심슨 재판에 대한 미국 대중의 관심은 살인사건으로 죽은 심슨 부인에 대한 애도와 심슨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오랜 역사적 기원을 가진 인종차별주의에 쏠렸다.
보스니아 내전에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은 강대국들의 정치적인 이유는 가려지고 폭탄을 맞아 머리에 피를 흘리는 사람들을 위한 ‘신사적인’ 조치로 붕대와 약품, 식료품이 지급되었다. 인종차별주의라는 ‘탈감정적’ 가치는 사람을 죽인 심슨에게 면죄부가 되었다.
모르는 사이에 조작된 감정이 여론을 형성하고, 그 여론은 어쩌면 진실한 감정에서 나올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감정은 단조롭고 대량생산되면서, 쉽게 조작될 수 있는 현상으로 변형되었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은 나의 분노, 나의 연민이 아닐 수 있다. 그러한 경험 속에서 이견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사회생활은 마치 잘 관리된 기계처럼 돌아간다.

● 감정에 벨트를 채우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동정심도 하나의 사치품일 뿐이다.

다원화된 현대사회에는 여러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그만큼 각각의 입장에서 파생되는 감정도 다양하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너무나도 많이 기계적으로 발생하여 우리 주변에서 감정의 홍수를 만들어낸다.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믿고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지 혼란스러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분노하지만 단죄하지 못한다. 행복하지만 어딘가 불안하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던 선이 어느 정도 분명했던 예전과는 달리, 옳은 것에 희열을 느끼고 그른 것에 화를 내는 감정적 카타르시스가 사라졌다.
이렇게 모호해진 감정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다만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보이는 가면을 쓰고 행동할 뿐이다. 멋지게 포장되어 겉으로 표현될 뿐인 감정은 행위의 동력이 되지 못하는 하나의 ‘사치품’이 되고 만다. 우리는 점점 진정한 감정에 둔감해지고 있다.
데이비드 리즈먼은 이 책 머리말에서 독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살펴보게 되고 또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도 되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다 보면 조금은 불편해질지도 모르겠지만, 그 불편한 마음이 들려주는 진짜 감정의 목소리를 새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신간 출간의의

독자들은 아마도 ‘탈감정사회’를 감정 없이, 냉철한 이성만이 지배하는 사회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의미하는 탈감정사회는 지성화되고 조작되고 대량생산된 기계적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메스트로비치는 사회학에 감정을 다시 복원시키며 포스트모더니즘의 대안으로 탈감정주의를 제안한다.
저자에 따르면 탈감정적 감정은 “죽은 또는 재생된, 또는 시뮬레이션된 감정”이다. 이 책은 감정 없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제조된 가짜 감정들로 충만하고 또 사람들이 그러한 감정을 소비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이러한 사회는 대립 없는 사회를 만들며, ‘탈감정적 인간’이 감정을 점차 행위에서 분리시켜 엄청난 파괴적 결과를 낳는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여기저기에서 한탄과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그것이 행위로 옮겨지는 경우는 드물 뿐만 아니라, 미화된 과거의 ‘죽은’ 감정들이 무한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현재의 삶 및 다른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기계적인 감정적 삶이 아닌 진정한 감정적 삶이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내 감정’을 찾으려는 발로이며, 이는 곧 저자 메스트로비치가 독자들에게 바라는 숨은 의도일 것이다.
 
  01 서론
  회의주의  
02 열정의 종말?
  삶을 위한 삶  │보드리야르의 지하생활자의 수기  │요약과 결론  
03 데이비드 리즈먼의 『고독한 군중』의 재맥락화
  리즈먼의 기본 틀  │도덕에서 사기士氣로  │이야기하기에서의 변화  │언어와 포장된 감정  │응어리진 분노  │감정의 종말?  │결론  
04 진정성 산업
  두 가지 모더니즘과 두 가지 포스트모더니즘  │위조된 계몽주의  │탈치료요법 사회  │탈감정적 또는 위조된 문명화과정  │탈감정공동체  │결론
05 신성한 것의 소멸
  감정적인 것으로서의 신성한 것  │신성한 것의 와해  │집합의식의 소멸  │탈감정적 의례  │결론  
06 죽음 그리고 순진무구함의 종말
  죽음의 재개념화  │죽음에 대한 전통적 접근 방식들과의 단절  │존 F. 케네디의 죽음: 부정된 카타르시스  │댈러스에서 사라예보로  │결론
07 결론: 기계화의 최종 승리
  오웰과 기계 숭배  │탈감정주의에 대한 저항과 묵종  │탈감정적 헌신 │세계의 미국화에 대한 결론적 생각  │책을 마무리하며